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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제로E건물시대 도래…공기질관리 준비됐나

고효율 환기, 제로E건물 필수요소
미세먼지 이슈…환기 인식전환 ‘기회’
업계, 시장·제도 없어 저가제품만…


제로에너지건물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신시장 창출에 대한 기대와 목표달성 가능성을 의심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고 있다.


제로에너지건물은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건축물 자체의 에너지자립도를 높인 건물로 사용되는 에너지가 ±0을 만드는 개념이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의무화 목표를 수립해 시장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가오는 2020년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민간영역의 신축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 의무화가 시행될 예정으로 국토부는 지난 1월20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시행을 시작했다.


제로에너지건물을 위해서는 건축물의 내·외벽 단열 및 기밀성 향상은 물론 내부에서 사용되는 각종 에너지설비의 고효율이 요구되기 때문에 건축 설계·자재선택·시공·설비 효율화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달성이 가능하다.


2014년 정부가 발표한 ‘제로에너지건축 국가 로드맵’에 따라 본격적인 제로에너지정책 추진에 대한 시동이 걸렸고 △단열성능 극대화 △고효율기기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기준을 정비하고 인센티브가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유독 환기에 대한 기준과 효율관리는 정책입안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듯하다.


이에 따라 제로에너지건물에 있어 환기가 왜 중요한지 의미를 알아보고 2025년 제로에너지건물 의무화를 맞이하기 앞서 현재 국내 환기시장이 보유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알아봤다.


제로E건물, 고효율 환기는 필수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냉난방, 조명 등 주택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가 있다. 제로에너지건물은 고효율 에너지기자재로 사용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Active)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앞서 주거에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온실가스를 배출해 만들어낸 냉난방에너지를 잃지 않게 만드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 이것이 패시브(Passive)적 요소다.


냉난방에너지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고단열·고기밀 성능이 필수이기 때문에 건물 내·외부는 서로 차단돼야 한다. 에너지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기 비중은 줄어들고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는 환기방법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환기장치다.


환기를 하지 않고는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제로에너지건물에서 환기장치는 냉장고, 보일러와 같은 필수요소가 된다.


특히 최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이슈가 강조됨에 따라 냉난방이 필요한 여름·겨울철에도 마음놓고 자연환기를 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WHO(World Health Organization)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0만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사망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환기장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에너지소모를 최소화하는 제로에너지건물의 기본개념을 놓고 보면 에너지를 추가적으로 사용하는 기기의 사용은 의미가 상충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주택 본연의 목적인 재실자의 쾌적성과 제로에너지건물의 에너지절감이 충돌되는 것이다.


하지만 제로에너지건물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말라는 개념이 아닌 에너지를 최소한도로 사용해도 쾌적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다.


에어컨을 안 틀어도 시원하거나 가동해도 적은 비용으로 운영 가능하게 만들면 에너지도 줄이고 비용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제로에너지건물은 에너지절감과 쾌적성을 동시에 잡는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효율 열교환이 가능한 환기장치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환기업계, 제로에너지시대 준비됐나
국내 환기업계에 제로에너지시대에 걸맞는 고효율 제품을 만들 준비가 돼있냐고 물어보면 조건부로 ‘그렇다’고 대답한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환기장치가 도입된 지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10년 전에는 전열교환 소자조차 없어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100% 국산화를 이룩했고 해외에 수출을 타진할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갖췄다.


문제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할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환기시장은 사용자가 아닌 건설사가 제품을 구매한다. 건설사는 좋은 제품보다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고 가격중심의 제품선정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능 좋은 제품을 만들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 유럽의 유명 브랜드처럼 수 백만원짜리 제품을 만들어 출시한다 하더라도 팔 수가 없다”라며 “5~1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1~2년 안에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최소 연간 1만대 이상의 수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 패시브하우스 시장은 개별주택 위주로 형성돼 많아야 연간 몇 백대 수준이다”라며 “연간 아파트 30~40만채가 분양되면 전열교환기는 20~30만대 시장이 형성되는데 기업입장에서는 큰 시장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제도적인 부분에 있다. 현재 국내 환기제품에 가장 높은 기술수준을 적용하는 것이 ‘열회수형환기장치’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이 유일하다. 난방효율 45%, 냉방효율 70% 이상이면 고효율에너지기자재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집단은 이러한 효율 요구치를 단계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법이 만족한 최소기준만 만족한 최저가 입찰을 받아 시장을 만들고 환기업체는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판매를 못하니 제자리걸음만 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는 국민의식도 한몫한다. 대부분 국민은 전열교환기가 어디에 설치돼있는지도, 필터 교체시기도 모른다. 어차피 사용하지 않는 다는 것을 제조사가 알기 때문에 기술발전은 없다.


국민인식 전환 선행돼야

다가오는 제로에너지건물 시대를 대비하고 환기산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우선 환기장치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절실하다. 특히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현재 시점에서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돼있는 환기장치의 사용방법과 필터교체 시기를 공익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올해로 만료되는 ‘열회수형환기장치’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제도의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환기장치를 집안의 필수가전제품으로 포함시키고 전열교환기에 대한 에너지효율등급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만료 후 효율등급을 부여해 업계의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소비자도 사용하는 환기제품의 성능을 인식해 더 좋은 제품을 찾게 만드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환기산업은 외부적 충격에 대한 대비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보다 더 미세먼지 및 대기오염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중국 환기산업의 성장가능성이 국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월12~13일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중국제냉전(CHINA REFRIGERATION 2017)에서도 환기제품은 부각됐다. 자생적이기보다는 수입제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 예상했던 중국시장에는 이미 유럽메이커들이 중국 기업과 합작해서 진출하고 있었다.


유럽 환기기업들이 단순 지사가 아닌 공장을 건설하고 진출한다는 사실은 중국 환기산업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을 예견할 수 있다. 업계의 전문가는 중국시장이 단기간 내 성장할 것이며 아직까지는 환기제품보다는 공기청정기 비중이 큰 만큼 중국의 성장에 대비해 국내 기술력을 끌어올려 외부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국내 환기시장은 자발적인 성장이나 기술개발이 어려운 상태다. 제로에너지건물이 의무화되는 2025년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적 관심을 사고 있는 미세먼지라는 적당한 핑계가 있는 지금 시점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제도적 뒷받침과 국민적 인식전환을 주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내공기질 관리는 환경부가, 건축물 환기기준은 국토부 녹색건축과, 건강친화형 주택건설기준은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효율기준은 산업부가 나눠서 맡고 있는 업무를 통합관리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개설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