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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성민기 세종대 교수

“의료시설 환기기준 세부 가이드라인 제시할 것”


■ 국내 의료시설 환기기준 현황과 문제점
우리나라의 의료시설 환기기준은 국토교통부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제시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의 환기량 기준 중 2,000m² 이상 또는 100병상 이상의 의료시설에 대해 ‘36m³/h인’이 포함돼 있으나 설계단계에서만 검토되고 완공 후 의료기관 허가단계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의 관심이 없으면 간과되기 쉽고 운영할 때에도 이 기준에 따라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새로 짓는 규모있는 병원들은 미국이나 일본의 기준을 참조해서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측에서는 환기에 대한 부분을 잘 신경쓰지 않다보니 그러한 기준이 있는지도 모르는 병원도 많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그래도 관심이 조금 더 생겼는데 아직도 설계 시 비용절감을 위해 환기시설이 빠지거나 환기량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 의료시설 환기기준이 필요한데
2016년 중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에 따라 다인실, 병원면적, 병상거리에 대한 기준이 강화됐다. 음압시설의 의무설치에 관한 규정도 포함됐는데 입원실에 환기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2016년 초 보건복지부 요청으로 ‘의료기관의 환기기준 및 운영가이드라인 개발’이라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마무리가 거의 다됐지만 아직 보건복지부와 유관기관 협의를 거치는 일이 남아있다. 입원실 위주로 환기기준을 제시할 예정이지만 입원실, 진료실, 수술실 등 다양한 기능의 실이 많은 병원 특성 상 일반건물보다 세부적인 지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실별로 다양한 환기기준이 제시돼있지만 이 역시 협회에서 규정한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강제기준은 아니다. 다만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다보니 텍사스나 캘리포니아처럼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지역도 있다.


기준설정에 병원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용증가다. 일단은 기존시설에 대해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신축시설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도록 적정한 수준을 맞추고 있다.


강제성을 가질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지도 아직 협의중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최소한의 기준은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운영이나 유지관리 부분은 참고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 예정이다.


최소한 의료기관에서 환기에 대한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관이 설계를 의뢰할 때 환기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요청하고 정당한 비용지불과 함께 운영에 신경쓸 수 있도록 인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 지난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원인은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시기가 2012년이기 때문에 메르스의 병리학적 역학적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다.


WHO는 메르스를 비말감염(침 등으로 인한 2m 이내)으로 분류하고 같은 병실에 있는 근접접촉자만 격리시키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공기감염대책(airborne precaution)도 취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의 사례에서도 비말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감염사례가 있어서 공기를 통한 비말핵 확산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내 첫 메르스환자가 입원한 모 병원에서는 환자가 환기구 없는 병실에 입원했기 때문에 더 많이 퍼진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있다.


특히 의료시설 내의 입원환자 또는 내원환자는 기초질환 등으로 인해 병이 중증화되기 쉽다. 의료 및 간호행위, 체액처리 시에도 감염물질의 전파위험성이 크고 원인병원체의 예측이 어렵다. 원내감염은 잠복기와 진단의 어려움 등 다양한 원인으로 다른 감염경로에 비해 문제가 심각하다.


■ 환기설비 운영에 대한 개선안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 감사원에서 국내 의료시설 환기현황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단순히 메르스뿐만이 아니라 질병이 공기감염으로 퍼질 때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환기시스템인데 우리나라 의료기관 환기현황을 알아보려고 조사를 했지만 통계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감사보고서에 지적됐다.


특히 의료시설 선진국과 비교를 하기 위해서도 국내 통계는 필요한데 통계가 없어 직접비교가 힘든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의 환기기준 및 운영가이드라인 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새로짓는 대형병원 30~40곳을 조사했는데 어느정도는 공조설비가 들어가긴 한다. 문제는 설치된 공조시설이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혹서기, 혹한기에 에너지비용절감을 위해 외기를 도입 안하는 경우가 있다. 외기도입의 목적은 실내 공기질 유지인데 실내의 오염된 공기가 배출되지 않으니 바이러스가 병원 안에서 돌고 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규모 병원은 조사에 협조도 잘 안되고 작은 병원일수록 시설관리를 외주로 맡기니 담당자가 바뀌면서 원래 목적에 따라 운영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건축법에서는 대부분 건물에 대해 환기설비 운영여부를 확인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시설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며 개설 후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의료기관 운영현황에 대해 확인을 받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또는 자율적으로 받게 돼 있는데 이러한 제도에 환기설비 운영여부에 대한 평가항목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제2의 메르스를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은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공중보건 위기상황 발생 시 정부와 민간이 유기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역체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역체계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적, 물적 인프라도 확충돼야 한다. 물적 인프라에는 음압격리병실과 같은 감염자의 격리치료를 위한 특수한 시설의 확충도 필요하겠지만 초기에 감염확산을 막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의료법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해 병실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평상시 감염관리를 위한 손씻기 시설이나 환기시설도 구비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