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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박진철 중앙대 교수

“의료시설 실내공기질 통합 법체계 정비 ‘시급’”

■ 국내 병원공조 현황을 진단한다면
현재 국내의 경우 200베드 규모 이상 국가지정병원 외의 일반병원에서는 감염관리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일부 지침이나 기준이 설정돼 있지만 필터설치에 대한 내용만 제시되고 세부내용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의료시설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과 그에 따른 공기조화·환기설비 관련 규정이 있으나 구체성이 미흡하며 감염예방시설 및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국외는 의료시설 및 다중이용시설의 설비관련 법규가 국내에 비해 상세하다. 국내와는 다르게 수술실, 중환자실, 입원실 등 병실의 용도별로 기준이 상세하게 구분돼 있으며 특히 미국은 CDC 및 ASHRAE 가이드라인을 통해 온·습도에서부터 공기조화 조닝과 환기량 및 필터효율까지 상세하게 제시히고 있다.


■ 병원공조 기준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은
관계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의료시설 및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관련법규를 주무부처를 정해 소비자 중심, 사용자 중심으로 통합하는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즉 의료법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법규와 기준을 정하고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특히 의료시설을 제외한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관련법규는 건축물의 설계, 시공, 감리 업무를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에서 법규와 기준을 정하고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이 필요하다.


■ 건축·설비업계 갈등과 해결방안은
병원은 건축설계가 일반 사무를 위한 건물보다 복잡하고 설비 또한 마찬가지다. 병원의 공조설비는 추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용량을 제대로 넣어야 하는데 항상 부족한 실정이다. 설계도면에도 세밀한 구역별 용량을 설정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수치만 정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건축설계와 설비는 갑과 을의 관계로 공사비와 관련돼 있다.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설비쪽을 깎아버리니 필요한걸 알면서도 못 집어넣는 경우가 있다. 설비분야에서 가격을 깎고 값싼 기기만 사용하려는 점도 문제다.


건축설계 시부터 창크기, 벽 두께, 방 위치 등 공조설비와 맞물려서 같이 상의하고 의견을 반영시켜야 한다. 따로하면 나중에 설비업자들이 필요에 따라 벽을 뚫는 일도 발생한다.


MERS사태와 관련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한 삶을 위한 공기조화·환기설비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전문기술은 설비업계에 일임하고 가능하면 분리발주 하도록 해야 한다.


■ 제2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 정책적 제언이 있다면
MERS 확산의 주요원인은 △의료시설의 부실한 환기시설 △원내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격리병실 부족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인 병문안 등으로 지목된다. 즉 공기조화 및 환기설비와 감압시설의 미비로 밝혀져 그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향후 제2의 MERS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의료시설은 반드시 격리병실을 확보해야 한다. 의료시설은 원내 감염방지를 위해 공조방식 계획단계서부터 격리시설 전용 공기조화기 설치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


또한 원내를 청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에어필터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일정 환기횟수 이상의 환기량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며 밀폐성 향상 및 역류방지계획, 압력조절 등을 갖춰야 한다.


특히 차압계, 온·습도계 설치 등 의료시설의 실시간 상태감시 시스템을 통해 중앙감시반과 간호사가 24시간 이상상태를 확인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의료시설 및 다중이용시설의 법규개정을 통해 공기조화·환기설비(HVAC)에 대한 설계기준제시가 필요하며 관련시행령, 시행규칙 또는 기술기준을 제정해야 한다.


의료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병실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실내환경으로 나타났고 실내공기질의 불만족요소로는 재실자 증가에 따른 환기부족이 가장 큰 원인임을 확인했다. 병원은 환자가 고객인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소비자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서도 환기시설 설치가 필수적이다.


■ 격리병실 설계 및 개선방안은
국내 대부분의 의료시설은 감염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격리시설이 미비돼있거나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감염확산의 위험이 높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대형종합병원 및 거점병원은 필수로 격리병실을 설치해야 하고 추가 감염확산 차단을 위한 감염선별진료소 또한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시설들을 설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비용이다. 음압병실 1개의 설치비용은 약 2~4억원이며 연간 유지비용은 2,000만원가량이다. 결국 병원 자체적으로 병실을 확충하는 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원활한 의료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격리병실은 항상 음압(최소 .2.5Pa, 이상적인 수치는 .8Pa)을 유지하고 화장실≧병실≧전실≧복도 순으로 음압을 유지해야 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국가 지정입원치료 병상의 운영 관리지침으로 배기장치를 통해 감염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고성능필터(HEPA)와 병실에서 발생된 오염물질의 외부 확산방지를 위한 전실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의료시설 기준에 이러한 내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밀폐형 등기구 적용 등 격리실의 기밀성 확보를 위한 시공기술 시방을 기재하고 격리실의 배기를 환자 침대 머리부분에 설치해 환자호흡으로 배출되는 바이러스가 바로 빠져나가게 만들어 병실 내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공조기 및 배관을 통한 오염된 공기의 역류를 방지하고 격리병실의 상태를 감시하는 시스템 구축도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