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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없는 인증제 통합, ZEB의무화 발목잡나

갑작스런 통합논의에 인증기관 확대 ‘제동’

정부가 지난 8월 녹색건축 관련인증 4건을 통합한다고 밝히면서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에 대비하기 위한 인증기관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8월22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건축행정서비스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방안에는 △녹색건축인증 △지능형건축물인증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 등 녹색건축관련 인증 4개를 ‘스마트건축인증(가칭)’으로 통합하고 인증을 위한 접수창구를 단일화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인증제통합 자체는 행정절차 간소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많아 추진필요성이 있지만 문제는 정책의 큰 그림에 대한 고려나 관계부처·업계와 협의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됐다는 점이다.

이번 인증제통합이 논의되면서 국토부에서는 ZEB의무화에 대비한 인증기관 확대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공공건물에 ZEB가 의무화되면 인증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혼란이 우려된다. 

국토교통부의 관계자는 “ZEB의무화가 시행되면 연간 1,000건의 ZEB인증물량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ZEB인증건수가 2017년 10건, 2018년 33건, 2019년 10월까지 28건인 것에 비하면 수십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단독으로 ZEB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유관인증인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기관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9곳에 불과하다.

ZEB의무화를 한달 앞둔 상황에서 ZEB인증제가 시행되면 인증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와 인증업무마비에 따른 시장혼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전조율·의견수렴·과학적검토 필요
녹색건축인증은 국토부·환경부, 지능형건축물인증은 국토부,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은 산업통상자원부, ZEB인증은 국토부·산업부가 각각 관리하고 있어 이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처간 협의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토부·산업부의 관계자들은 관련내용에 대해 충분히 협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토부의 관계자는 “단기간에 인증제 통합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접수창구단일화를, 중장기적으로 인증제통합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가 발주한 스마트건축관련 연구과제에서 인증제 통합에 대한 방향성을 연구하고 있으나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년 2월 연구가 종료되는데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당분간 방향을 잡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처럼 실체없는 인증제 통합논의가 ZEB의무화 안착의 발목을 잡고 있어 신속히 인증기관 확대절차를 재개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전문가들은 인증제 통합이 건물에너지성능을 실효성있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며 통합과정에서 건물에너지부문이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즉 각 기준에 산재된 건축환경·건물에너지성능 등에 관한 중복항목을 단일화하는 방향이어야 하고 스마트건축 등과의 통합과정에서 에너지성능에 대한 평가가 소홀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각 인증체계가 평가하는 수백개 항목의 취지와 의미를 검토하고 중복성을 해소하면서도 건축물의 관련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인 통합인증제를 도출하는 것은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ZEB의무화 시급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섣부른 통합논의에 따라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건물부문의 노력이 지연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