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30년 CO₂ 배출량을 2010년대비 45% 감축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각국에 제안했다. 세계 주요국은 파리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대비 1.5~2℃ 온도 상승 제한을 결의해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 각국의 온실가스감축계획(NDCs: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이행을 약속했다.
이러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고려할 때 전체 탄소배출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는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이뤄내는 것이 선결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건물의 에너지사용을 최소화해 에너지효율 및 에너지절감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도입된 제로에너지건축을 달성하는데 일조량, 주택형태 등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단열성, 기밀성 향상, 열교차단 등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해 에너지효율을 높여주는 것이 요구된다.
탄소중립과 같은 거국적인 이슈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예산을 비롯한 재정적인 지원과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제로에너지건축 달성을 위해 필수 요소 중 하나인 패시브하우스 관련 전 세계 정책 확산 배경과 현황 및 시사점 등을 점검하며 우리나라 패시브하우스 관련 정책 적용 현황, 성과 및 한계 등을 통해 우리나라 패시브하우스 정책 방향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선진국, 건물E성능 개선대책 시행 중
2015년 12월12일 제21차 파리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신기후변화체제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됐다. 기존 협약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파리협정을 통해 합의한 신기후체제는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주요한 논제로 부상한 계기였다. 교토의정서상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2015년 제창된 신기후체제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대비 37% 감축안에 해당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모든 산업에 걸쳐 에너지절감 및 활용 방안에 있어 숙제를 안게 됐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속에서 탄소배출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건물부문 탄소배출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기후변화협약 회원국 198개국 중 128개국이 탄소중립에 참여하고 있다. EU 및 독일, 스웨덴 등 17개국은 법제화, 45개국이 정책화, 14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전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동참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건물부문 에너지절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정책은 크게 △신축건축물 에너지효율 강화 △기존건축물 에너지성능 개선 △건축물 관련 빅데이터 활용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세 가지정책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향상, 유지관리 등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은 1990년대부터 강도 높은 건물에너지절약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유럽의 경우 EU의 EPBD(Energy Performance of Building Directives: 건축물 에너지성능에 관한 지침) 정책에 따라 모든 회원국이 건물에너지성능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패시브하우스, 프랑스는 에피네르기라는 저에너지빌딩 관련 인증기관을 설립하며 인증제도를 기반으로 건물에너지를 최대 85%까지 감축시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EU는 건물에너지절약지침 수립을 통해 모든 회원국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활성화 정책을 자체적으로 촉진할 것을 요구한다. 신축건축물 에너지성능 향상을 위해 국가별로 제로에너지건축 의무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모든 신축건축물에 대해 NZEB 의무화가 시행됐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패시브하우스와 동일한 개념이다. 단열재나 이중창 등을 적용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며 태양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충당함으로써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는 건물을 가리킨다.
미국은 2015년 에너지부가 ZEB에 대한 공통적 정의(A Common Definition for ZEB)를 발표했다. 또한 주정부 차원에서 녹색 및 넷제로 건축물 촉진 정책을 추진해 2050년 기존 모든 상업용 건축물 포함, 추진하고자 한다. 2035년까지 건물탄소발자국 50% 감축을 목표로 한다.
캐나다도 2032년까지 Net-zero Ready Home 상용화를 위해 단계적 건물에너지효율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발전비율 24% 달성 목표를 세웠다. 건물유형별 ZEB 시범사업 및 가이드라인 제작 시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신축주택의 ‘평균’을 제로에너지하우스로 실현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 1채당 75만엔(한화 약 74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고성능 단열재, 주택용 축전기 등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물론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패시브하우스 기준에 부합하는 건물은 아직 소수다.
영국은 2030년까지 주택을 포함한 모든 신축건축물 탄소배출량 ‘0’을 목표로 설정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건축물 에너지성능 개선도 눈에 띈다. 유럽연합은 2014년부터 공공건축물 총 연면적의 3%에 대해 에너지효율 개선공사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투자은행 및 ELENA(Europian Local ENergy Assistance)프로그램으로 공공건축물 에너지효율 강화 및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조금을 지원한다. 미국은 여러 주‧지역 및 지방 정부에서 PACE(Property Assessed Clean Energy) 프로그램을 시행하는데 이는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비용을 융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패시브하우스 건축의 발상지로 불리는 독일은 기존 건축물의 열효율 개선 및 이산화탄소 감축 시설 설치 유도를 위해 장기 저금리 융자 및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기존 및 신축주택을 대상으로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대해 투자하면 지원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은 건물부문 탄소중립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는 핵심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에너지효율, 절감 등을 목표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인센티브 및 규제를 혼용해 시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빌딩분야 에너지소비는 약 36%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빌딩에너지소비는 2035년까지 약 30% 수준의 에너지가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패시브하우스 관련 정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패시브하우스가 기계적인 냉난방 시스템이 아닌 건물구조체의 단열 및 형태를 활용해 에너지손실을 절감시키는 수동적인 빌딩으로 패시브 인증을 받은 빌딩은 에너지를 일반 빌딩대비 85~90% 감축시키는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패시브하우스 기준 정책적 정립 필요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세계화의 움직임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탄소중립 로드맵인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으며 서울시 등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에 한창이다. 서울시는 지난 2020년 기후변화에 대비해 ‘서울판 그린뉴딜’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패시브‧액티브 하우스를 지을 때 용적률 및 재산세 등에 혜택을 부여하고 올해부터 민간건물에 제로에너지건축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시행 중이다. 이는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원의 68%가 건물인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건물부문 정책 중 하나인 ‘초간단 고효율 간편시공 실증사업’을 통해 간단한 몇 가지 시공만으로도 노후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여기에는 △기존 창유리를 철거하지 않고 유리와 창짝 사이 10mm 공간을 활용해 3mm 내외 공기층을 폴리카보네이트 보드를 부착하는 단열 덧유리 △창짝과 창틀 상하부 접합부와 창짝간 유격 부위에 기밀재를 시공함으로써 기밀성을 대폭 향상시킨 기밀 방풍재 △유리를 섬유형태로 뽑아낸 글라스울을 주성분으로 하는 심재를 금속이나 세라믹층을 가지고 있는 특수 외피로 감싸 진공을 형성한 고효율 초간단 박막형 진공단열재 등을 적용했다.
또한 국토교통부도 지난 2020년 제2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을 통해 2025년부터 민간영역(연면적 1,000m² 이상, 공동주택 30세대 이상)도 의무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지어야 한다. 2030년에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연면적 500m² 이상이면 제로에너지건축을 필수로 짓도록 했다.
실질적인 에너지절감을 이뤄낼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 건축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최초로 인천 청라에 위치한 노인정에 독일 패시브하우스인증을 받은 건물이 세워진 이후 충남 아산시 온양 6동 주민자치센터, 노원 이지하우스 등 독일 패시브하우스 인증받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종 충남대병원, 서울에너지드림센터, 환경산업기술원 등도 패시브기술을 접목해 만든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과 녹색건축인증등급에서 국내 최고 등급 수준을 인정받은 건물들이다.
이렇게 국내에서 패시브하우스인증을 받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독일과 다른 우리나라의 주거문화, 기후환경 등을 고려해 한국형 패시브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처럼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강추위가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현실적 조건에서 기존 패시브하우스시설만으로 온도유지가 쉽지 않다. 또한 공기난방을 하는 서구와 달리 온돌을 사용해온 우리나라에서는 바닥난방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지어온 국내 패시브하우스 사례들을 수집, 분석해 향후 국내 패시브하우스 관련 정책사항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패시브하우스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액티브 하우스가 보완할 수 있는 요소들을 도입해 각 건축물이 처한 조건에 맞는 시공으로 단열성, 기밀성 등을 높여갈 수 있는 것도 요구된다. 이런 부분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패시브하우스 기준 마련 등 정책적 지원과 재정적 측면에서 재원 마련 등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