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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히트펌프, 탄소중립·E절감 혁신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대회, 히트펌프 특별강연 성료
히트펌프 도입 필요성·국내·외 정책동향·적용방안 공유

 

대한설비공학회(회장 송두삼)가 6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진행한 하계학술대회에서 특별강연으로 정재원 한양대학교 교수가 ‘대한설비공학회는 공동주택 난방 및 급탕 전기화를 위한 히트펌프 적용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히트펌프, 표준화된 설계기준·보조금 지원 마련해야

정 교수는 이번 발표를 통해 전기기반 히트펌프의 도입 필요성과 실제 적용방안, 그리고 국내·외 정책동향 등을 공유했다.

 

우리나라 공동주택 난방은 도시가스 보일러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의 99% 이상이 개별 도시가스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개별 도시가스 보일러는 초기 투자비가 낮고 유지관리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는 2020년부터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교체지원사업을 통해 누적 109만 대의 보일러를 친환경모델로 교체했다. 서울시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약 71만대의 친환경보일러를 보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친환경보일러 역시 연소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지역난방 전환, 하수열 등 미활용 신재생에너지 활용, 시민참여형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 다양한 대안이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동주택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기기반 히트펌프가 주목받고 있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이용해 외부의 열(공기, 지열, 수열 등)을 실내로 이동시켜 난방과 급탕, 냉방까지 모두 가능한 고효율시스템이다.

 

정 교수는 “히트펌프는 1의 전기에너지로 3~4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효율이 매우 높고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며 “특히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히트펌프시장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했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유럽의 히트펌프 판매량은 전년대비 38.9% 증가했으며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이미 히트펌프 판매가 화석연료 난방시스템 판매를 앞질렀다. 유럽 각국은 석유·가스보일러 금지, 히트펌프 설치 의무화, 대규모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며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신규건물의 화석연료 보일러 설치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재생에너지 비율 목표를 상향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히트펌프 도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시장점유율은 미미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초기투자비와 운영비, 그리고 전기요금 누진제 등이 꼽힌다. 난방과 온수는 야간·아침 시간에 동시 사용 부하가 크고 난방의 경우 냉방보다 사용량이 커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료 부담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제도의 개편은 히트펌프 보급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주택에 지열히트펌프를 적용할 때 일반용 전기요금 체계로 전환하거나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할 경우 별도의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 기존 심야전력제도를 부하관리용 전력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현재 공기열히트펌프는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해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은 특성상 수열원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공기열원을 건물적용에 한해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변화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설치공간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겨울철 실외기에서 발생하는 응축수 처리, 결빙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 실외기 설치공간 확보 등 다양한 기술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신축건물의 경우 실외기실 설치를 의무화하며 용적률 산정 시 히트펌프 설비면적을 제외하는 등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공동주택에는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하며 화석연료 난방기 금지와 같은 규제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등급 평가 기준을 개선해 히트펌프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재생열생산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인센티브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공동주택에 적용 가능한 히트펌프솔루션은 크게 중앙집중형, 중앙-개별 혼합형, 개별형 등으로 구분된다. 중앙집중형은 건물전체에 대형 히트펌프를 설치해 난방과 온수를 통합공급하는 방식으로 에너지성능이 우수한 건물에 특히 유리하다. 외부공기 열원을 사용할 경우 지붕이나 별도의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온수와 난방온도를 각각 제어할 수 있다. 기존 가스보일러를 단순교체하는 리트로핏이 가능하며 작은규모의 공동주택에도 적합하다. 다만 열배관에 따른 열손실과 온수탱크 설치, 배관변경 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초기 투자비와 설치 복잡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중앙-개별 혼합형은 중앙집중형 히트펌프와 개별 히트펌프가 각각 난방과 온수공급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대형 공동주택에 단계적 리트로핏이 가능하며 레지오넬라 대책 등 위생관리가 용이하다. 온수는 각 세대별로 개별공급해 열손실을 줄일 수 있으며 다양한 에너지성능 건물에 적용할 수 있다.

 

개별형은 각 아파트에 독립적으로 히트펌프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된 건물이나 각 세대가 독립적으로 에너지사용을 관리하고자 할 때 적합하다. 전체 건물의 배관작업이 필요 없고 열손실이 적지만 각 세대별로 충분한 설치공간이 필요하며 소음관리 등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설치공간과 용량, 겨울철 외기온도에 따른 적정용량 선정, 난방·급탕 부하 설계기준 마련, 전력인프라 확충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히트펌프의 전력사용량 증가에 대비해 별도의 전력계량기 설치와 실외기실 배수시설 기준, 소음기준, 주택 난방용 히트펌프 설치기준 개발, 중앙집중식과 개별식 등 냉·난방 방식별 기술표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2025년부터 신축 공동주택에 대해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 중이다. 이미 제로 에너지 3등급 이상을 받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열 히트펌프의 중앙식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히트펌프만으로 난방과 급탕을 전환하기 어렵다면 하이브리드시스템을 통한 점진적 도입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 교수는 “히트펌프가 난방·급탕의 글로벌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며 경제성 확보, 제도 개선, 기술 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시장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 업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표준화된 설계 기준 마련, 보조금 및 세제 지원, 전력 인프라 확충, 신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