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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냉매·액침냉각·히트펌프, 열관리 신기술 조망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대회, ‘냉동공조산업발전위원회’ 특별세션 개최

 

대한설비공학회(회장 송두삼)가 6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진행한 하계학술대회에서 ‘냉동공조산업발전위원회’ 특별세션이 진행됐다. 국내·외 냉매규제와 데이터센터 냉각, 히트펌프, 친환경 냉매 등 최신기술과 정책방안 등이 논의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 냉매규제, 글로벌 표준 맞춰 대응 박차
최준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박사는 ‘전 세계적 냉매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냉매규제 제안을 위한 연구-ISO 5149 개정작업을 기준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냉동공조산업은 전 세계적인 냉매규제 흐름에 맞춰 제도와 기술 양면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에 맞춰 최근 국제표준(ISO 5149) 개정작업을 중심으로 국내 냉매 안전기준과 환경기준이 대폭 강화되며 차세대 대체냉매 적용을 위한 실증연구와 제도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F-gas 규제를 통해 2035년까지 21개 제품군에 단계적 사용제한을 도입하며 2050년까지 HFCs 사용량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도 프레온배출억제법을 통해 사용 제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며 미국 역시 AIM ACT에 따라 2028년까지 15개 제품군의 단계적 사용제한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 몬트리올의정서 이행을 위한 오존층보호법 제정 이후 2022년 키갈리개정서 국회 비준과 함께 HFCs(18종)에 대한 단계적 감축계획과 생산·소비 규제를 본격화했다. 2024년 말 환경부는 2028년까지 일부 제품군에 대한 GWP(지구온난화지수) 규제를 예고하며 국내 냉매산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ISO 5149 시리즈는 냉동공조시스템 및 기기의 설계, 제조, 설치, 운영, 유지보수, 수리,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의 안전 및 환경요건을 규정하는 국제표준이다. 최근 ISO 5149-1~4로 세분화된 이 표준은 특히 A2L(약가연성), A3(가연성) 냉매 사용확대에 맞춰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ISO 5149 개정에 맞춰 KS 규격 개정이 추진되고 있으며 미연성 냉매 구분, 설치 공간별 냉매 봉입량 기준, 실외기실 설치·환기·누설감지 등 국내 환경을 반영한 세부 가이드가 마련되고 있다.

 

ISO 5149-1은 정의, 분류, 선택 기준을, 2부는 설계·제작·시험·표시, 3부는 설치장소, 4부는 운전·유지보수·수리·회수기준 등을 다룬다. 특히 시스템의 설치 위치(건물 내·외·기계실 등)와 접근성(Access A/B/C)에 따라 허용냉매 충전량을 세분화해 설계자와 제조사에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벤틸레이션, 누설감지기, 센서 등 추가 안전장치 도입 시 허용 충전량이 확대되는 방식도 도입됐다.

 

최 박사는 “국내 냉매규제와 안전기준은 앞으로도 국제표준과의 부합화, 국내 실정 반영을 동시에 추진돼야 하며 오존층보호법 개정, 냉매 관리대상 확대, 회수·처리 체계 강화 등 제도정비와 함께 대체냉매 개발·실증, 시스템 최적화 등 기술혁신이 병행될 전망”이라며 “업계와 학계, 정부가 협력해 Low GWP 냉매전환과 안전성 확보, 에너지효율 향상 등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액침냉각, 데이터센터 열관리 혁신
이민수 고려대학교 교수는 ‘데이터센터 냉각기술’에 대해 발표했다.

 

AI와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와 열관리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의 약 40%가 냉각에 사용되며 기존 공랭식 방식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주로 공랭식 냉각에 의존해왔다. 공랭식 냉각은 구조가 단순하고 유지보수가 쉬운 장점이 있지만 열전달 계수가 낮고 고발열 서버의 냉각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랙 전력밀도가 20kW를 넘어서면 안정적 운전이 어렵고 평균 PUE(전력사용효율)가 1.6~2.0 수준으로 비효율적이다. 최근에는 고성능 CPU·GPU의 발열이 급증하면서 공랭식만으로는 칩셋온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서버 전체를 절연성 액체에 담가 냉각하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액침냉각은 공랭대비 약 50배 높은 열전달 성능을 제공하며 에너지소비를 30~5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공간활용도도 뛰어나 고집적 데이터센터 설계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평가된다.

 

액침냉각은 작동 유체의 상변화 유무에 따라 단상(싱글페이즈)과 이상(투페이즈) 방식으로 나뉜다. 단상 액침냉각은 고비등점 절연유체를 사용해 서버 열을 대류로 제거한다. 구조가 단순하고 시스템안정성이 높아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유지보수도 용이하다. 하지만 유체의 열전도도가 물이나 냉매보다 낮아 고열유속 환경에서는 성능저하 우려가 있어 유체조성과 유로설계의 최적화가 병행되고 있다.

 

이상 액침냉각은 유체의 증발·응축을 활용한 상변화 방식으로 잠열을 이용해 고열밀 칩 냉각에 매우 효과적이다. 동일 면적대비 열 제거 용량이 단상 방식보다 2~5배 높고 100W/cm² 이상의 칩에서도 온도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응축기 설계, 유량제어, 환경유해성 등 해결과제도 많아 대규모 상용화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액침냉각에 사용되는 절연유체는 열전달 성능, 점도, 환경규제(GWP, ODP)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선정된다. 기존에는 PFAS계열 유체가 주로 사용됐으나 환경규제 강화로 Low GWP, 친환경 유체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유체선택뿐만 아니라 탱크설계, 히트싱크·핀 구조, 표면처리 등도 냉각성능과 에너지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나노구조 표면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열전달을 극대화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AI 반도체 확산과 고밀도 데이터센터의 등장으로 액침냉각과 DLC(Direct Liquid Cooling) 등 액체기반 냉각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공랭식대비 30% 이상 전력절감, 서버 자체 소비전력 10% 감소, 설치공간 축소 등 실질적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투자비, 장기 신뢰성, 표준화, 폐열회수 등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이 교수는 “데이터센터의 냉각은 에너지효율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확장성,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설계가 중요하다”라며 “폐열회수와 지역난방 연계 등 통합 인프라 설계, 친환경 유체 개발, 서버 표준화, 증기 제어기술 확보 등이 미래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트펌프 보급, 정책적 지원 필수
김범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가스보일러 난방 대체 히트펌프 기술 현황 분석 및 필요 연구, 정책 제안’에 대해 발표했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 속에서 건물부문의 탄소 저감 핵심기술로 히트펌프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주거부문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공동주택 난방의 전기화와 히트펌프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공기열원 히트펌프(ASHP: Air Source Heat Pump)는 설치 용이성과 에너지효율성 측면에서 공동주택에 적합한 대체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건물부문 탈탄소화 정책의 중심에 히트펌프를 두고 있다. EU는 REPowerEU 정책을 통해 화석연료 감축과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2035년 이후 신규 가스보일러 설치를 사실상 금지하는 로드맵을 내놨다. 각국은 히트펌프 보조금, 세제지원, 전력요금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하며, 히트펌프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공동주택의 80% 이상이 가스보일러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기 난방 비율은 0.1%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 연구들은 바닥난방 등 주거특성을 반영해 ASHP 적용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경제성 분석을 다수 진행했으나 실제 현장 실증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실증 데이터 축적과 실환경 성능 검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SHP의 효율은 외기온도가 낮아질수록 급격히 저하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겨울철 0℃ 이하의 날이 전체의 18%에 달하며 강원 등 한랭지에서는 성능 저하와 착상(서리) 문제, 전력소비 증가가 두드러진다. 또한 공동주택의 실외기실은 이미 냉방용 에어컨 실외기로 포화 상태로 난방·급탕용 히트펌프 설치 공간이 부족하다. 저탕조 등 부가설비까지 고려하면 공간확보가 큰 과제로 남는다. 전력 측면에서는 ASHP 사용 증가로 누진제 적용, 수전용량 확대 필요, 전력피크 관리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김 박사는 “히트펌프의 대규모 보급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로 해외처럼 설치비 지원, 세제감면, 전기요금 할인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누진제 완화, 요금체계 개편, 신재생에너지 연계 전용 요금제 도입 등도 검토해야 한다”라며 “공동주택의 전력 인프라 확충, 표준화된 설계가이드 마련, 실외기 공간 등 물리적 제약 해소를 위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친환경 냉매와 오일 조합 성능 분석
채윤호 국민대학교 회원은 ‘냉동시스템 흡입관에서 오일 회수 기술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국민대학교 스마트냉동제어연구실이 Low GWP 냉매와 윤활유(PVE 오일)의 조합이 냉동시스템 내 오일회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기반으로 분석했다.

 

냉동시스템에서 윤활유는 압축기의 마모방지와 냉매누출 방지 역할을 하며 냉매와 함께 시스템을 순환한다. 특히 흡입관에서는 냉매와 오일이 2상 유동 형태로 흐르면서 오일이 정체되기 쉽다. 오일이 흡입관에 쌓이면 압력강하, 열전달 성능 저하, 윤활부족 등으로 인한 압축기 손상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저온냉동창고 등 장배관시스템에서는 흡입관 내 오일정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국민대는 이번 연구를 통해 R32·PVE68과 R455A·PVE56 혼합물의 용해도, 밀도, 점도 등 주요 물성치를 비교했다. 두 조합 모두 포화온도 변화에 따라 비슷한 밀도와 점도를 보였으나 R455A·PVE56 혼합물은 R32·PVE68보다 오일 용해도가 약 1.5배 높았다. 이는 R455A·PVE56 조합이 시스템 내 오일회수에 유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일 잔류량 예측을 위해 수평흡입관에는 층류(Stratified flow)모델, 수직흡입관에는 환형(Annular flow)모델을 적용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냉매질량 유속이 증가하거나 오일순환비(OCR)가 낮아질수록, 그리고 포화온도가 높아질수록 흡입관 내 오일잔류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R32·PVE68 조합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R455A·PVE56 조합보다 흡입관 내 오일잔류량이 더 높게 나타났다. 수평관에서는 포화온도가 높아질수록 오일잔류량이 더 크게 줄었으며 수직관에서는 온도에 따른 차이가 수평관보다 작게 나타났다.

 

채 회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Low GWP 냉매 도입과 함께 윤활유 선택이 오일회수와 시스템 신뢰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라며 “향후 실험을 통해 오일회수제어로직 개발, 유동가시화 실험 등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290 가연성 냉매, 허용충전량 확대 기준 완화 논의
박창용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가연성 냉매 관련 안전기준 및 기술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국내·외 냉매규제가 강화되면서 Low GWP 냉매와 특히 가연성 냉매(R290, 프로판)의 안전기준과 충전량 제한이 냉동공조업계의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R290은 GWP 3의 친환경성과 우수한 열전달 성능, 저렴한 가격 덕분에 중형 증기압축식 냉동시스템의 대체냉매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A3(고가연성) 냉매로 분류돼 국제표준(ISO 817, ISO 5149, IEC 60335 등)과 국내·외 안전규정에 따라 충전량이 엄격히 제한된다.

 

예를 들어 IEC 60335-2-40 기준에서 일체형 공조장치는 최대 300g, 패키지 및 분리형·외기 설치는 최대 1kg까지 허용되며 EN378 및 국내기준에서도 설치공간 크기와 사용목적에 따라 충전량 한도가 정해진다. 일반적으로 R290 충전량이 150g 이하일 경우 별도의 공간규제나 추가 안전장치 없이 설치가 가능하지만 이를 초과하면 누설감지, 환기, 전문기술자 교육 등 추가 안전조치가 필수다.

 

이러한 충전량 제한은 시스템 용량 확장과 상업용·산업용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국제표준에서는 최근 R290 등 가연성 냉매의 허용 충전량 확대를 위한 기준 완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스템의 설치위치, 공간부피, 환기조건, 안전장치 도입 여부 등에 따라 허용 충전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국내·외 연구진들은 충전량 최적화, 누설시 위험 저감, 열교환기 소형화 등 기술적 대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연성 냉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누설감지시스템, 적절한 환기, 전문기술자 교육, 발화원 차단 등 다층적 안전 프로토콜이 필수적이다. R290시스템은 설계단계부터 누설 시 폭발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야 하며 설치·운영·정비과정에서 엄격한 안전기준 준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R290의 가연성을 낮추기 위한 혼합냉매 연구, 충전량 최소화 기술, 소재 및 부품의 내화성 강화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 GWP 150 이하 냉매만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 R290과 HFO계열 냉매가 중장기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충전량 제한 완화와 안전기준 고도화, 실증연구 확대가 병행돼야 산업계의 원활한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