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개최된 대한설비공학회 하계학술발표대회에서는 데이터센터(DC) 고밀도화에 따른 냉각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액침냉각 특별세션이 마련됐다.
이번 특별세션은 삼화에이스를 주관기관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전문기관으로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시스템 연계 미활용 에너지활용기술 통합실증’의 R&D 진행상황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세션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연계 미활용에너지 활용 기술 설계 방안(삼화에이스 고민건 책임연구원) △Meta-Heuristic 기법을 활용한 열시스템 Simulink 최적설계 방법론 연구(한밭대학교 문주현 교수)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용 신규 단상용 냉각 유체의 열전달 성능 특성 연구(전북대학교 박찬우 교수) △액침 냉각 성능 예측을 위한 수치해석 기법 개발(한국전자기술연구원 조현우 연구원)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시스템 성능평가 방법에 관한 연구(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 최창익 선임연구원) △데이터센터 산업 현황 및 냉각시스템 개발 동향(한국데이터센터효율협회 송준화 사무국장) 등 발표로 구성됐다.
고밀도 서버 대응, 액침냉각+폐열활용 통합시스템 제시
고민건 삼화에이스 팀장은 고성능 컴퓨팅 증가로 인한 냉각수요 확대에 따라 기존 공랭식 냉각의 한계를 지적하며 액침냉각 기반의 에너지 재활용형 냉각시스템 설계결과를 공개했다.
고민건 팀장은 “기존의 공랭식 냉각시스템은 고밀도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어렵다”라며 “GPU 서버, AI, 빅데이터 등으로 인해서 열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화에이스는 액침냉각시스템을 기반으로 폐열회수 및 재이용이 가능한 열관리 통합시스템을 설계했다.
시스템은 1차적으로 액침냉각 탱크에서 흡수한 열을 흡착식 히트펌프에서 회수하며 잔여 열만 외부 냉각탑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시스템 대비 냉각부하를 200kW에서 150kW로 감소시킬 수 있다. 실제로 삼화에이스 공장 내 100kW 규모의 시범시스템이 구축됐으며 부산에 위치한 DC에서 200kW급 실증도 준비 중이다.
설계된 시스템은 냉각수, 흡열수, 냉수의 세 가지 배관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계절에 따라 냉방중심 혹은 온수활용 중심으로 운영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이중 운전모드를 적용했다.
고민건 팀장은 “운전모드를 여름철과 겨울철에 따라 바꿔가면서 폐열활용률을 높이고자 했다”라며 “DC 열원으로 흡착식 히트펌프를 구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외 기상데이터와 트래픽 패턴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연간 평균 PUE는 1.046, 피크시간대 PUE는 1.1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는 액침냉각 기반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성과 실용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고민건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각 기술을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통합시스템 차원에서의 성능실증과 시뮬레이션을 병행하고 있다”라며 “오는 2026년까지 실증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계와 해석, 시뮬레이션, 실증을 함께 추진하면서 전 구성요소를 통합해 최적의 냉각 운영전략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삼화에이스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액침냉각 적용을 넘어 폐열활용과 에너지재활용까지 포괄한 DC 전용 열관리시스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산업적 의미가 크다.
시뮬링크 기반 액침냉각 설계, 메타휴리스틱 알고리즘으로 최적화
문주현 한밭대학교 교수는 액침냉각 특별세션에서 ‘Meta-Heuristic 기법을 활용한 열시스템 Simulink 최적설계 방법론 연구’를 주제로 액침냉각시스템 설계를 위한 알고리즘 기반 최적화 접근법을 발표했다. 발표는 설계 초기단계부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자동화된 해석과 최적설계 기법의 적용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문 교수는 “기존 설계방식은 설계자가 일일이 설계한 뒤 계산하고 다시 설계를 반복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었다”라며 “이를 설계와 해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시뮬링크 기반 자동화 구조로 바꾸면 설계시간과 반복노력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DC 액침냉각시스템을 구성하는 열교환기, 펌프, 유체물성 등 다양한 요소를 시뮬링크 모델로 구현하고 이에 대해 유전알고리즘(GA), 입자군집최적화(PSO), 조화탐색(HSA) 등 다양한 메타휴리스틱 알고리즘을 적용해 최적 설계를 수행했다.
문 교수는 “복잡한 열시스템일수록 메타휴리스틱 기법이 유용하며 설계목적에 따라 적절한 알고리즘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GA의 경우 초기세팅이 간단하고 글로벌 최적해를 탐색하는 데 효과적이며 PSO는 수렴속도가 빠르고 복잡한 시스템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HSA는 튜닝 파라미터 조정이 가능해 설계조건에 따라 유연한 반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문 교수는 “각 기법이 가진 장단점을 알고 적용해야 하며 알고리즘 간 복합 적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설계자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반복해석을 자동화함으로써 DC용 냉각시스템 설계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교수는 “설계는 설계대로, 해석은 해석대로 따로 했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설계와 해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시뮬링크와 연계한 실계측 데이터 기반 피드백 루프를 포함한 구조 고도화와, 다양한 냉각기술 적용에 대한 유연한 구조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ZEO 신냉매, 상용 유체 대비 열전달 성능 우수성 확인
티 냔 응우옌(Thi Nhan Nguyen) 전북대학교 연구원은 ‘DC 액침 냉각용 신규 단상용 냉각유체의 열전달 성능특성 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는 기존 상용 2상 냉각유체 대비 신규 단상냉각유체(ZEO 시리즈)의 열전달 성능을 비교 실험한 결과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응우옌 연구원은 “액침냉각은 절연성이 있는 냉각유체에 서버를 직접 담가 냉각하는 방식으로 공랭식 대비 열전달 성능이 매우 우수하고 냉방면적 감소 등의 장점이 있다”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 개발된 신규 단상 냉각유체인 ZEO liquid 1, 2와 기존 상용 유체(NOVEC 7100, FC-72 등)를 대상으로 동일 조건 하에서 열유속과 열전달계수를 측정해 성능을 비교했다”고 밝혔다.
실험은 CPU 발열을 모사한 구리히터 블록을 통해 유체에 열을 전달하고 히터 표면온도와 열유속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우옌 연구원은 “히터 표면온도를 제어하면서 일정 열유속 조건에서 열전달계수를 산출했고 단상유체의 경우 끓음현상이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열전달 특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ZEO liquid 2는 열유속 14W/cm² 이상에서 열전달계수 0.08W/cm²·K를 기록하며 FC-72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응우옌 연구원은 “ZEO liquid는 화학적 안전성과 절연성도 확보돼 있으며 단상유체이기 때문에 장기적 운전 안정성이 기대된다”라며 “열전달 성능뿐만 아니라 냉각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열전도도, 비열, 점도 등 물성치 분석을 완료한 상태이며 반복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ZEO 시리즈는 현재 실험실 단위 성능검증을 완료했으며 향후 DC 실환경 적용을 위한 장기운전 시험과 신뢰성 평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응우옌 연구원은 “국산 냉각유체의 성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상용 2상 냉매 대비 가격과 환경영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액침냉각 유체개발 방향성과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냉각시스템의 효율향상과 국산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3D 시뮬레이션 기반, 액침냉각 성능예측 체계 마련
최종락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박사는 ‘액침냉각 성능예측을 위한 수치해석 기법 개발’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는 액침냉각시스템 냉각성능을 사전 예측하기 위한 유동해석 기반 수치해석모델을 구축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최 박사는 “DC에서 액침냉각시스템을 설계하거나 최적화하려면 냉각성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CFD(전산유체역학) 기법을 적용해 서버내부와 유체의 흐름을 3D 모델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에서는 실제 서버구성을 모사한 형상 모델링을 기반으로 냉각유체의 유속분포, 온도분포, 열전달량 등을 해석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최 박사는 “서버의 발열 조건과 유체의 물성을 입력해 각 위치별 열전달 성능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이는 냉각효율 향상과 함께 설계단계에서의 시간 및 비용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수치해석 결과는 실험적 검증이 수반돼야 하며 해석값과 실측값 간 차이를 최소화하는 튜닝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시뮬레이션은 조건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어 실험보다 시간과 비용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 박사는 “전산해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격자(grid) 밀도와 경계조건을 적용해 비교분석을 수행했다”라며 “이러한 방법론은 향후 액침냉각 설비설계 시 반복적인 실험 없이도 최적조건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액침냉각기술 상용화에 앞서 성능예측 기반설계를 정착시키는 데 있어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종락 박사는 “향후에는 실제 서버테스트와의 비교를 통해 해석기법의 정밀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능평가 기준 정립, 액침냉각 시험체계 마련 착수
김하늘 한국냉동공조시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DC 액침냉각시스템 성능평가 방법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며 표준화 기반의 시험체계 마련 필요성과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김 연구원은 “액침냉각시스템은 아직까지 KS나 ISO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성능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신뢰성 있는 시험을 위한 성능지표 정립과 측정변수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성능평가를 위한 시험모듈 구성방안을 제시하고, 열교환기, 펌프, 냉각유체 등 구성요소별 시험조건 설정, 데이터수집 방식을 포함한 평가 프로토콜 초안을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액침탱크 내부온도와 유속, 입출구 온도차, 유량 등을 정밀 측정함으로써 실제 냉각성능을 정량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단일조건이 아닌 다양한 부하조건에서의 시험이 필요하며 반복성과 재현성이 확보돼야 한다”라며 “이는 이후 KS 또는 ISO 표준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시스템성능 측정을 위해서는 총열량을 기준으로 해야 하고 열손실은 외기온도와 비교해 고려해야 한다”라며 “표준화된 시험모듈 구성, 시험환경 조성, 측정포인트 설정 등이 세부기준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현재 20kW급 시험모듈을 활용해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냉각유체와 탱크구성에 따른 성능편차도 평가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DC 실환경 적용을 위한 성능인증 체계가 구축돼야 시장신뢰도와 기술확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액침냉각시스템의 실증기반 확대와 상용화를 위한 성능검증 체계 구축필요성을 환기시켰으며 업계와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한 시험평가 기준 정립의 시급성을 부각시켰다.
DC 냉각전환 가속, 산업성장·제도변화 함께 가야
송준화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KDCEA) 사무국장은 ‘DC산업 현황 및 냉각시스템 개발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냉각기술 고도화와 함께 제도적 기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국장은 “DC는 산업수요 증가와 함께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전력공급 문제로 사업허가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고효율 냉각기술 적용을 통해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액침냉각은 기존 공랭식·수랭식 대비 열전달 성능이 우수하고 냉방면적을 줄일 수 있어 고집적 서버환경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송 국장은 “AI·HPC 수요증가에 따라 서버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에 대응하려면 보다 정밀하고 에너지효율적인 냉각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CEA는 국내·외 DC 냉각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으며 실제 사업화에 필요한 기술요건과 인증기준 정립에 참여하고 있다.
송 국장은 “드라이쿨러나 액침냉각 관련 표준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라며 “표준, 가이드라인 개발 시 MMV(Measurement, Monitoring and Verification) 등이 함께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액침냉각시스템이 단순기술이 아닌 측정과 검증체계를 포함한 통합적기술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액침냉각 기술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서 DC 전력 사용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해 설계 기준, 안전성 평가, 폐열활용, 유체관리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냉각기술의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제도적 기반과 시장환경 변화가 병행돼야 함을 명확히 하며 액침냉각 확산을 위한 정책연계 필요성을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