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8일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투자를 포함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에 착수하면서 우리나라의 기술기업들의 국내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6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했다. 해외에서 IRA는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자 전 세계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이끌 미국의 대규모 뉴딜 정책의 마지막 핵심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 분 | 금액(십억 달러) |
총 세수 | 15%최저 법인세 | 222 | 737 |
처방약 가격 개혁 | 265 |
국세청 세금 집행 | 124 |
1%의 자사주 매입 수수료 | 74 |
손실 한도 연장 | 52 |
총 투자 |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 369 | 437 |
부담적정보험법 연장 | 64 |
서부 가뭄 복원력 제고 | 4 |
총 재정적자 축소 | 300+ |
▲IRA 법안 주요 내용.
이번 법안이 지닌 파급력 중 대규모 재정투입만큼 주목해야 할 것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 에너지 산업의 지형 변화다. IRA 총 투자액의 85%를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 안보에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IRA 입법 취지에 대해 백악관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규모 재정투자를 하는 것이 결국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국민경제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재난을 완화하고 고유가에 고통받는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전환을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내 그린산업 분야(태양광, 풍력, 에너지효율, 전력 그리드망, 전기차 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탄탄히 하며 에너지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클린에너지 관련 예산으로 약 총 3,690억달러(약 489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IRA 통과에 따라 미국의 핵심 교역국이자 해당분야에 산업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IRA는 핵심산업 공급망이 미국이나 핵심 교역국에서 만들어지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의 경우 중국 제품보다 한국 제품이 미국에서 더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 경우 일부 핵심 기자재를 한국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내용 Inflation Reduction Act (IRA) (2022년7월16일 대통령 서명) | 예산액 (십억 달러) | 인프라 부양법안 내용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IIJA) (2021년11월15일 대통령 서명) | 예산액 (십억 달러) |
Wind/Solar/Storage Tax Credit | 128 | Grid Enhancement | 28 |
Manufacturing Tax Credit | 37 | CCUS Demonstration | 11 |
Residential Efficiency /Improvement | 36 | Hydrogen Hub | 9.5 |
Nuclear Tax Credit | 30 | Clean Vehicle Procurement | 7.5 |
Clean Hydrogen Tax Credit | 13 | Clean Vehicle Changing Infra | 7.5 |
Clean Vehicle Tax Credit | 12 | Nuclear Credit | 6 |
Biofuel Incentives | 6 | Plugging Orphanend Wells | 4.7 |
CCUS Tax Credit | 3.2 | Advanced Reactor Program | 3.2 |
USPS Clean Vehicle Procurement Fund | 3 | | |
Clean Vehicle Factory Retool Fund | 2 | | |
Grid Loan/Grant | 2.86 | | |
Clean Vehicle Fefueling/Recharging | 1.7 | | |
Methan Monitoring/Mitigation | 1,5 | | |
Clean Vehicle New Factory Loan | 20 | | |
National Climate Bank Financing | 27 | | |
▲IRA 법안 및 인프라 부양법안 기후 에너지 관련 주요 내용.
문제는 IRA는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시장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한국 산업과 일자리에는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의 관계자는 “IRA는 핵심산업의 공급망이 미국이나 핵심 교역국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각종 투자 혜택과 입지조건이 우수한 미국과 다른 나라에 공장을 세우는 반면 국내에서는 투자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글로벌기업들의 RE100 이행 요구와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의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포함한 새로운 무역 장벽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이미 RE100 압박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건에서 IRA 법안까지 통과됨으로써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가시화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공동화(空洞化)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야 할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 배터리 핵심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공장을 해외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풍력산업분야의 핵심기술력을 보유한 CS윈드도 한국에는 공장이 없으며 미국과 대만,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IRA 통과로 추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풍력 확대에 제동이 걸린 한국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 공장 건설을 보류한 상태다.
태양광 대표기업인 한화솔루션은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백악관에 초청받아 미국에 더 많은 공장 건설을 요청받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IRA 법안이 통과되자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기존 1.7GW에서 3.1GW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의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전환 관련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선제적인 노력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세계적으로 관련 시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기업 투자가 활성화하는 시점에서 기대했던 투자와 일자리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IRA 법안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러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구축을 포함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공급망 교란, 전쟁과 탈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정책은 산업정책과 맞물려 일국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국가정책이 돼야 한다”라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기조는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새 정부 어느 핵심 부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전환 기업유치를 통해 자국 내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술력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는 데 반해 현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늑장 대응은 커녕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바이든 정부 IRA 법안의 핵심목표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고 고유가로 인한 국민 에너지 비용부담을 줄이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으므로 이번 미국 내 IRA 법안 통과를 계기로 에너지 및 산업 정책에서의 윤석열 정부의 심기일전과 환골탈태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