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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체인뉴스 ColdChainNews

콜드체인 ‘핵심’ 저온수송 비중 확대

온라인 판매·새벽배송 등 물류시장 증가세
콜드체인 취약점 지적, 표준화·인증 ‘시급’
컨트롤타워 부재, 통합 육성방안 마련해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콜드체인의 중요성은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식품유통 상의 온도유지는 세균번식, 식중독 예방 등 안전과도 직결되고 있다.

콜드체인은 예냉, 보관, 수송, 유통 등 전 과정의 연속적인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이중 수송부문은 국내 콜드체인 상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온수송차량의 설계기준이나 유통 상 표준화 부재 등으로 인해 상품의 품질유지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으며 불필요한 에너지낭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콜드체인 수송부문의 산업현황과 관련제도를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짚어본다.

산업발전, 저온수송 확대 촉진
콜드체인은 예냉, 저장, 수송 등 ‘농장에서 식탁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가치사슬이며 이 안에는 저온수송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정온수송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모든 농산물은 품목에 따라 적정온도대를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온도대보다 높거나 낮으면 본래의 맛과 성질을 잃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콜드체인은 식품의 보관·수송을 떠올린다. 식품은 콜드체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먹거리 안전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다.

하지만 콜드체인은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일부 화학제품 등은 더욱 정밀한 정온유지를 요구하며 부가가치도 높아 콜드체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2~8℃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온도 밑으로 내려가면 사실상 백신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온도를 낮추는 것은 정확한 의미의 콜드체인이 아니다.

산업과 사회가 발전할수록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가 4계절 내내 맛있는 농산물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저온창고에 낮은 온도로 보관하면 농산물의 호흡이 줄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보존, 보관의 개념이며 지금까지 콜드체인산업의 초점이었다.

온라인 쇼핑, 새벽배송, 식자재 배송 등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수록 저온저장보다 저온수송의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생산지, 혹은 중간유통지에서 상품을 직접 주문, 배송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식품의 온라인 판매 증가 추세를 보면 콜드체인산업의 발전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서비스 고도화 ‘관건’
국내 식품 온라인시장은 10여년 전 초보적인 형태로 등장했으나 높은 배송비와 온도유지가 어려워 큰 성장은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온도제어가 가능한 물류시스템이 갖춰지고 IT기술, 소재, 소비자인식 등도 향상됨에 따라 식품 온라인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배송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물류비용이다. 적정 온도조건이 다른 여러 상품을 주문하는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물건을 배송하려면 비슷한 온도대로 묶어 그루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 저온기술뿐만 아닌 IT기술을 통한 시스템 체계화도 갖춰야 한다.

하나의 산업이 성장하면 이와 관련된 후방산업도 함께 성장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콜드체인산업의 규모를 약 10조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순 저온물류산업 외에 냉동기, 패널, 센서 등 자재와 IT산업 등을 포함하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콜드체인산업을 개별기술로만 접근하면 냉동기, 패널, 센서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단순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물류라는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하면 커다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가의 바이오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은 국제 인증을 보유한 해외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소비자는 기술이 아닌 서비스 만족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콜드체인 발전은 기술과 더불어 서비스, 인증시스템, 산업체계 등이 함께 고도화돼야 한다.

콜드체인 표준화, 활용이 ‘과제’
전문가들은 국내 콜드체인산업을 선진국과 비교해 80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콜드체인산업 수준이 높게 평가된 이유는 기술력보다는 소비자수준의 향상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콜드체인 발전에 큰 몫을 했다는 의미다.

반면 물류 및 관련설비, 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단가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또한 냉동차량의 경우 제대로된 평가시스템이 없어 좋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저가제품에 밀려 시장에서 널리 보급되기 힘들다.

냉동차량에 대한 보냉 및 에너지소모 등 성능은 물론 서비스 질까지도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해 좋은 제품이 인정받고 확대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

표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Korea Conformity Laboratories)이 ‘소화물 정온수송포장’ 관련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콜드체인 관련 표준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KCL이 개발한 표준은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가 활용해 민간차원에서 인증 및 등급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조속히 완료되면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HACCP인증과 같이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 확보 및 관련산업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온차량 성능 관리체계 없어
수송부문은 국내 콜드체인산업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식품유통업체 및 대형마트 등은 대규모 저온물류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수송에 사용되는 저온차량은 운송업체에 위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운송업체들도 차량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 차량을 가지고 있는 개인을 회사에 배속시키고 업무를 분배해주기 때문에 냉동탑차의 성능이 관리되기 힘든 구조다.

식품유통업체는 탑 내부온도를 체크하고 각 회사별 온도기준에 맞으면 상품을 차에 싣는다. 목적지에서는 데이터로거에 기록된 온도에 이상이 없으면 물건을 받아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에서도 문제가 발견된다. 차량배송지에서 기사가 제출한 온도기록이 조작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도센서는 저항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는 장치를 몇 만원이면 달 수 있다”라며 “모 식품기업에서 이러한 조작사례를 적발해 해당 차량을 입차금지시켰지만 아직도 몰래 사용하는 차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위는 차주들이 냉동기 가동시간을 줄여 연료비를 아끼려는 심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단열·보냉성능이 좋은 탑이나 고효율 차량용 냉동기를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법이다.

이 두 설비 중 하나라도 부실하면 제대로된 냉동성능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냉동제품의 경우 탑차 내부온도가 –18℃ 이하로 떨어져야 물건을 싣게 해주는데 설비가 부실한 상태에서는 빈 적재공간에 온도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냉동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설비들의 표준화 및 인증제도 시행이 시급한 이유다.

운송업자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냉동차량의 온도를 철저하게 체크하려고 하지만 애초에 내어준 물건의 온도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냉동차는 배송지에서 도착지까지 상품을 원래 상태대로 유지시켜 운송하는 것이 임무인데 상품의 원래 온도가 –18℃ 이하가 맞는지 확인하고 명시해주지 않는다.

냉동·냉장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물류센터에서는 냉동창고에서 꺼낸 물건을 짧은 시간 내에 냉동차량에 올리지만 아직도 많은 센터 및 지점의 시설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냉동창고는 면적이 작기 때문에 창고 밖에 물건을 꺼내놓고 패킹작업을 한다”라며 “시설이 좋다면 패킹작업하는 곳도 저온으로 유지가 되지만 심각한 곳은 야적장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콜드체인이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운송차량뿐만 아니라 각 시설 및 거점 등의 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신력 갖춘 인증제 마련 ‘시급’
냉동탑차에 적용되는 각 설비의 국가 표준 제정도 필수적이다. 제조사별 상이한 기준이 아닌 시험기준, 성능기준, 안전기준 등에 표준화된 기준을 정립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특히 공인시험성적서 발행이 가능한 시험기관 및 시험실을 지정·운영하고 제정된 국가 표준에 따라 성능을 비교·평가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전기를 사용하는 E-모빌리티로 전환됨에 따라 차량용 냉동기도 엔진동력이 아닌 전기를 이용해 제품을 구동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기술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저온차량의 보냉성능을 결정하는 탑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KS(KS R 4051)는 만들어져 있지만 오래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돼 현실과 동떨어진 규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국내에는 보온·보냉성능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는 시험기관이 없고 차량 소유주들의 인식부족으로 좋은 제품이 보급되기 힘든 구조가 형성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탑의 보온력이 높으면 에너지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데 이러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라며 “심하게 말하면 문열어 놓고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과 같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인기관이 냉동차의 성능을 검증하고 차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증마크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인증이 없으니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탑이 제작되고 있고 직접적인 피해는 차주들이 받고 있다. 성능향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차주들은 보냉능력이 좋은 제품을 찾는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상용컨테이너는 ISO규격이 있기 때문에 보온·보냉능력이 갖춰져 있다. 이러한 컨테이너는 원활한 교역을 위해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해상용 컨테이너를 차량 길이에 맞춰 개조한 후 무관세로 저가에 수입되고 있어 국내 탑 제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중국에서 개조된 해상용 컨테이너가 무관세로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라며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내 제조사를 키울 정부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 에너지절감을 위해 제로에너지빌딩 확산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패시브적인 요소와 엑티브적인 요소가 에너지절감의 핵심인 것처럼 점점 커져가고 있는 콜드체인시장에서 패시브 요소를 담당하고 있는 탑의 표준화와 인증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온수송에서 제대로 된 온도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관리하는 모니터링시스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타코메타라고 하는 재래식 온도기록계에 의존해 온도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센서의 정확도, 조작 가능성 등 여러가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각 물류센터에서 납품사차량에 특정 데이터로거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인바운드 프로그램’이 일반화돼있다.

국내에서도 식품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여러 메이저 리테일 업체들이 검토중이다. 우리나라 콜드체인의 발전을 위해 해외의 우수한 시스템이나 정책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정책 컨트롤타워 마련해야
콜드체인산업은 다양한 부처가 얽혀있다. 국토부, 산업부, 농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부처에서 관련정책을 나눠갖고 있지만 하나의 구심점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는 콜드체인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각 부처별 개발 아이템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으며 체계적인 표준화 및 인증제도 개발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콜드체인 관련정책 및 산업성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서울콜드체인포럼에서도 이러한 컨트롤타워 부재는 매년 지적되고 있다.

국토부가 물류정책에 힘쓴다 해도 각 품목의 전문성을 가진 농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개선효과는 희미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