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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최정만 소규모건물 E최적화 연구단장

“선진국형 설계기준 개발”
E성능·품질확보 통해 소규모건축생태계 정상화

한국패시브건축협회(회장 최정만)는 그간 소규모건축물을 중심으로 제로에너지빌딩(ZEB)의 근간이 되는 패시브하우스 보급에 앞장서 왔다. 전국 곳곳에 ‘표준주택’을 건립해 패시브하우스 설계·시공·운영관련 기술기준 및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와 LH가 세종·김포·오산에 건립한 제로에너지 단독주택단지 ‘로렌하우스’에 패시브협회 인증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공고된 ‘소규모 건축물의 소비에너지 최적화를 위한 설계·시공 기술개발 연구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패시브협회는 연구단에서 전체총괄 및 1세부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꾸준히 소규모건축물의 하자예방, 쾌적성향상, 에너지절감을 위해 패시브하우스 설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최정만 패시브협회 회장을 만나 R&D목표와 방향을 들었다.

■ 연구 추진배경은
소규모건물은 국내 전체 건축물동수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건축물 에너지성능 향상을 위한 R&D, 정책은 모두 중대형건물, 공동주택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이는 중대형건물이 파급효과가 크고 이끌어가기가 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건축물에는 전문가가 소속돼 있어 기술적·전문적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효율화 정책·기술이 받아들여지기 용이한 환경이다.

정부 설계기준은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500㎡ 미만인 소규모건물은 너무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있다.

이에 더해 규제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대가로 품질확보가 요원해졌다. 저품질 자재, 시공불량 등으로 새는 에너지도 문제지만 하자도 부지기수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시장에서는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오가는 실정이다. 이는 근린생활시설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R&D역사상 최초로 소규모건물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LCA관점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취지로 이번 연구를 기획했다.

■ LCA관점 온실가스 저감은
연구명칭에 포함된 ‘에너지최적화’는 건축물에서 사용에너지를 줄이는 부분도 있지만 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국 720만동 건축물 중 600만동 이상의 500㎡ 미만 건축물에서는 수많은 누수·결로·곰팡이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자 보수에 활용되는 방수자재, 단열재, 벽지 등 수많은 자재들의 생산·수송·시공·폐기 과정에서 에너지와 온실가스가 사용된다.

에너지최적화 건축물은 필연적으로 하자 최소화를 가져온다. 결국 에너지최적화 건축물은 소비에너지 절감에 더해 하자감소에 따른 사회적 온실가스 절감도 가능하다.

이는 자연스럽게 비용관련 이슈로도 이어진다. 소규모건물 가격이 매우 낮게 형성된 상황이지만 결국 매년 발생하는 보수비용을 합치면 처음에 제대로 짓는게 낫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예컨대 주택 방수작업만 해도 연간 3~4회를 고친다. 반면 독일에서 방수작업은 건물이 폐기될 때까지 1번만 한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과제는 소규모건물의 품질과 에너지를 모두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기초자료를 마련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적용할 기술을 가려내기 위해 우선적용할 기술을 도출한 뒤 체계화하는 것이 목표다.

■ 중점 연구내용은
연구단 전체를관통하는 가장중요한 내용은 ‘설계기준’이다. 소규모건물시장은 시공이 주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자가 생겨도 모두 시공사 책임이 된다. 상황이 이러니 설계사는 허가에 필요한 도면만 그려주고 세부내용은 시공사에 맡겨버린다. 말로는 설계를 제대로 해야 고품질 건물이 나온다고 하지만 시장이 따라오지 않는 구조다.

국내 건축시장이 설계기준 중심이 아닌 시방서 중심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설계사무소가 도면을 작성할 때 기준으로 삼는 도서인 설계기준이 매우 많다. 그러나 정작 건축역사가 오래된 우리나라는 국내 여건에 적합한 설계기준이 전혀 없다.

이번 연구과제에서 가장 큰 연구비가 투입되는 부분이 설계기준서를 만드는 것이다. 신축, 리모델링분야 모두에 대한 설계기준서를 만들어 전문가들이 관성적으로 설계하던 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식하고 소비자가 보더라도 설계오류라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작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문화가 정착되면 공사비가 올라가지 않겠냐고 우려한다. 그러나 공사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되는 것이다.

■ 설계기준 내용·성격은
건축물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사항을 담는다. 사실상 지키지 않으면 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능상으로는 법적기준의 성격을 갖는다.

다만 의무화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하자를 예방할 수 있지만 설계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제품인 경우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하기가 어렵게 된다. 설계기준은 기존자재·기술에 더해 신기술·제품도 빠르게 반영돼야 한다. 법은 대응이 더뎌 의무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상적인 방향은 독일·미국 등 선진국처럼 성능기준만 법적으로 규제하고 설계기준은 하자발생 시 법적분쟁에서 책임소재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현재 건축관련 소송에서 사법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설계기준이 없으니 관행과 경험에 의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법적분쟁에서의 유효성을 갖게 되면 의무화보다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 1세부 총괄도 맡고 있는데
1세부는 신축 소규모건물의 설계·시공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실태조사를 통한 하자사례 수집·원인분석을 바탕으로 주요 건축자재 특성을 파악한 뒤 DB를 구축한다. 이를 활용해 건축주나 설계·시공자가 신축건물의 위치·용도·공정·부위별로 적합한 자재를 선정하고 적절하게 시공할 수 있도록 상세도·해설서·설계기준·기술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설계·시공한 공정이 기준에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감리·품질확보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소규모건물을 신축하는 전 과정을 관리함으로써 에너지절감과 품질확보가 가능해지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 향후 연구단 운영방향은
소규모건물의 설계기준을 정립하는 일은 방대하지만 계획된 연구기간인 4년 내에 완결짓고자 한다. 다만 설계기준을 무료배포할 것인지, 운영기관을 정해 유료로 보급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무료배포할 경우 누구나 쉽게 참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용의 개정·개발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내용상 미흡한 점이 있거나 신기술·제품 등장에 따른 개선이 지속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며 이는 인력·시간·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국가가 이를 위한 예산부담을 지속하기 어렵고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신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설계기준을 최소한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이를 운영·개선·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삼는 시장논리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선진국형 건축·건설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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