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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남수 LG전자 에어솔루션연구소 칠러선행연구팀장

“마그네틱 베어링 적용 고양정·고효율
세계 최대 3천RT급 터보냉동기 개발”
시스템효율, 7% 이상 개선·소음, 10dB 이상 저감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사용효율을 증대하는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도 단일 압축기 기준 세계 최대 고양정 무급유 원심식 압축기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개발품은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중 최우수성과로 인정받았다. 개발을 주도한 이남수 LG전자 에어솔루션연구소 칠러선행연구팀장을 만나 개발배경 및 차별성 등을 들어봤다. 

개발배경은
2018년 스페인의 엔지니어링기업으로부터 중동지역에 판매할 수 있는 공랭식 칠러를 같이 개발해 중동의 냉방시장에 진출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작은 용량의 공랭식 칠러는 이미 다른 경쟁사에서도 만들고 있었지만 중동의 경우 지역냉방에 적용할 대용량 칠러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대용량 공랭식 칠러를 국제 공동과제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아 이를 통해 개발을 진행하게 됐다. 마침 KIAT에서 한국·스페인 국제공동연구 과제를 기획해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으며 성공적으로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첫 실증 겸 판매처는 바레인의 고급 쇼핑몰단지였으며 단지를 냉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설계가 진행됐다. 스페인 엔지니어링기업은 공랭식 응축기를 개발했으며 LG전자는 압축기와 증발기의 칠러부품 개발을 목표로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 제품대비 경쟁력은 
기존 제품대비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마그네틱 베어링의 무급유기술을 사용해 회전축을 오일 윤활없이 회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며 대용량 공랭식 응축기를 사용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했다. 또한 윤활시스템이 사라지며 베어링 마찰이 감소함으로써 압축기 효율 또한 3% 이상 향상됐다. 

타사도 물론 마그네틱 베어링을 사용해 무급유 압축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대용량의 제품은 LG전자가 유일하다. 타사는 1,100RT까지 생산하고 있으며 LG제품은 설계에 따라 3,000RT까지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냉동용량으로 보면 3배 정도이지만 마그네틱 베어링의 지지력으로 보면 약 5배 정도된다.

두 번째 차별성은 다단 원심 압축기 설계 및 매칭기술이다. 설계기술은 고객의 요구조건에 맞는 대용량 원심식 임펠러를 설계하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축소 모델 시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하는 임펠러를 만드는 것이다. 매칭기술은 성능이 확보된 임펠러 데이터를 이용해 다단 구성 시 각 임펠러의 운전 영역 및 성능·효율이 우리가 원하는 범위에 들어 오는 지 확인하고 최적의 임펠러 조합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매칭기술을 활용해 설계조건에 따라 최대 6단까지 적용할 수 있는 압축기 시스템을 제작했으며 타사의 2단 압축기대비 시스템효율을 7% 이상 개선했으며 소음도 기존대비 10dB 이상 저감했다.  

기술의 차별성은 원천기술에 대한 다년간 축적된 설계 및 제작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마그네틱 베어링기술만 가지고 있거나 압축기 설계기술만 가지고 있었다면 이 둘의 기술적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글로벌 터보냉동기시장 동향은 
글로벌 터보냉동기시장은 키갈리 의정서에 따라 HFC냉매를 대체하는 낮은 지구온난화지수(GWP)를 가지는 냉매를 사용하는 제품 출시가 증가하고 있으며 사용 및 유지비 절감을 위해 보다 효율이 좋은 무급유 타입 터보냉동기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R1234ze냉매에 대한 테스트를 마쳤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냉매를 적용해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려웠던 점은 마그네틱 베어링을 통해 대용량 압축기의 회전축을 부상시키는 것이었다. 기존대비 약 10배 이상의 무게를 가지는 1.2톤 규모의 회전축을 부상시키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회전축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회전축을 부상시킨 후 시스템에 대한 동적특성을 파악해야 하는데 부상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한 달 가까이 고생한 끝에 겨우 부상시켜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제품을 다 만든 후 첫 시운전도 어려움이 많았다. 제품용량도 크고 소비전력도 높아 시운전 설비 2개를 연결해 테스트 준비를 하고 기동을 시켰는데 조금 운전되다가 바로 증발기쪽 냉매 압력이 내려가면서 정지된 것이다. 공장 내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기동하면 1분도 안돼 칠러가 정지해 버리는 것이었다. 처음 시도하는 5단 압축시스템에서 어떤 원인인지 확인이 되지 않아 고생을 하다가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시운전 준비해 운전하는데까지 거의 한 달을 고생했다. 

특히 바레인 현장에 설치돼 대형 응측기와 연결해 시운전하던 때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공랭식 열교환기와 대형 칠러가 매칭돼 운전돼야 하는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시스템에 냉매봉입량이 많아 냉매를 일정에 맞춰 넣기 위해서 모래바람이 날리는 현장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냉매를 넣었다. 처음 설치를 완료하고 운전하는데 갑자기 칠러가 정지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낮에는 현장업무를 하고 밤에는 한국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원인을 찾고 해결했던 일들이 많았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정말 할 수 있을까 했던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수출시장을 겨냥했는데, 진행현황은
처음 개발 후 바레인에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홍해지역 냉방시설에 판매돼 설치돼 운전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중동지역 냉방 및 데이터센터시장에 판매돼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한 고양정 특성을 활용해 북유럽지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히트펌프로 제품 응용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덴마크지역에서 지역난방을 위한 히트펌프시스템으로 계약이 체결돼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제품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 내수시장보다는 유럽의 히트펌프, 중동의 지역냉방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수출하고 있으며 제품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부품이 국내 중소기업에서 제작돼 자사에서 조립되기 때문에 수출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도 기여하고 있다. 

수요사용처와 필요성은
개발된 터보냉동기는 대용량을 필요로 하는 지역냉방, 물이 부족한 곳에서 공랭식시스템, 고효율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 등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대용량 히트펌프로의 활용이 가능해 지역난방, 공장 등 폐열을 회수해 활용하는 곳으로 응용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본 제품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향후 기술개발 활용도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개발은 국책과제가 씨드머니가 돼 개발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 효율은 물론 세계 최대 용량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많은 실패의 위험이 있기에 시도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실패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자금을 지원해 연구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줌으로써 한국 냉동공조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산업 발전 및 수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계속될 수 있길 바라며 연구개발자들도 막연히 안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시고 도전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