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데이터센터(DC)시장은 나홀로 급성장을 기록 중이다. DC 냉각분야에 관여하는 주요기업의 2024년도 실적 역시 전반적으로 양호했으나 일부 기업간 성장양상에 차이가 관측되기도 했다.
지난해 글로벌 대형사 및 기술특화 기업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간 반면 일부 중소기업은 실적 등락폭이 컸다.
쿨링시스템의 경우 항온항습기, FWU에 주력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향상됐으며 UPS, 배터리 매출이 기업실적을 견인한 곳이 많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퀴드쿨링은 아직 적용현장은 없으나 문의가 대단히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었다.
먼저 대형 외국계기업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는 2024년 매출 3,306억원으로 전년대비 7.7%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8.4% 증가한 114억원을 기록했다. 성장폭은 완만하지만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다.
슈나이더의 관계자는 “쿨링세일즈팀의 경우 지난해 사업부매출 약 250억원을 기록해 180~200억원 수준이었던 전년대비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라며 “냉동기 판매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FWU가 보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수주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올해와 내년 실적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퀴드쿨링시장에 대응해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최근 모티브에어 인수를 통해 DLC솔루션 라인업을 구축한 만큼 산업계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약 45억원 증가해 41.4% 성장한 15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급증은 비용절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원가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이 전년대비 약 75억원 증가했지만 판관비 증가는 약 30억원에 그쳐 영업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한국화웨이기술은 매출이 2,084억원으로 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전년대비 20.7% 감소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64억원으로 51% 상승해 수익구조의 변화가 관측됐다.
화웨이의 관계자는 “DC사업부문은 지난해 약 220억원가량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라며 “UPS, 배터리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했으며 쿨링부문은 최근 리퀴드쿨링 관련 CDU 문의가 많아 내년 공식 론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티브코리아는 매출이 14.1%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76.3%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이 123% 증가해 고효율 포트폴리오와 고수익 프로젝트 중심의 실적개선이 확인됐다.
버티브의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감소는 DC프로젝트 지연에 따른 것으로 주요 지연사유는 주민 민원”이라며 “버티브는 현재 4~5개 현장에 관여하고 있으며 글로벌CSP의 DC투자 축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DC산업이 활발한 상황이어서 지난해 지연된 프로젝트 매출이 올해 회계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버티브가 주력하고 있는 DC인프라분야는 AI 및 고성능컴퓨팅 확산으로 인해 랙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액침냉각 등 첨단 냉각기술을 개발해 고밀도환경에서 효율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라며 “또한 워크로드 증가로 에너지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UPS시스템과 전력장비 고밀도화, 유연한 아키텍처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연료전지, 대체화합물 배터리 등 새로운 에너지대안을 모색해 지속가능한 DC운영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버티브의 관계자는 “AI 팩토리 개발을 위한 산업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칩 개발자, 전력 및 냉각인프라 제조사, 유틸리티 등 업계리더들과 협력해 AI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협력을 통해 AI훈련 및 배포를 위한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고 워크플로우를 간소화하며 AI운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사업목표는 고성능 컴퓨팅 지원솔루션 도입, 액체냉각 기술개발, 제조역량 강화, AI DC인프라 수요대응 등”이라며 “최근 버티브는 HPC 대응을 위해 복합인프라관리 소프트웨어, 조립식 모듈형 오버헤드 인프라시스템, 냉각수 열교환시스템, 고용량 랙 전력장치 등 4가지 솔루션을 출시했으며 이러한 제품들은 복잡하고 전력밀도가 높은 IT 워크로드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소개했다.
버티브는 액체냉각과 관련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최신 블랙웰 GPU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전력 및 냉각인프라를 설계하고 있으며 이는 고열을 발생시키는 AI시스템에 적합한 액침냉각기술을 포함한다. 또한 제조역량 강화를 위해 2021년 E&I엔지니어링 및 파워바(PowerBar) 인수를 통해 스위치기어, 버스웨이, 통합모듈솔루션분야 제조역량을 2배 이상 확대했으며 연말까지 추가적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성능 컴퓨팅 수요증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르그랑코리아 역시 매출 506억원(20.3% 증가), 영업이익 36억원(65.2% 증가), 당기순이익 33억원(40.7% 증가)으로 세 지표 모두 안정적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실적에 희비가 교차했다. 주로 항온항습기, FWU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돼 공랭식 쿨링시스템이 현재 먹거리임을 확인했다.
DC쿨링업계 국내 대표주자인 삼화에이스는 2024년 매출 1,690억원으로 전년대비 38% 증가하며 급성장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6.3%, 69.6% 증가했다.
삼화에이스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에이알은 매출이 4.1%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5.8%, 당기순이익은 43.8% 증가해 수익성 위주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알의 관계사로 제품수입 및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알시스템은 매출이 25.9% 증가한 136억원, 영업이익이 683% 증가한 18억원, 당기순이익이 447.5% 증가한 16억원으로 성장률 기준 최고수준을 기록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세원기연은 매출 109억원으로 전년대비 23.6% 상승함에 따라 영업적자를 전년 8억여원에서 올해 900만원대로 큰 폭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도 전년 7,000만원에서 올해 8억여원으로 급증했다.
이피코리아는 매출이 14.4% 증가한 1,179억원과 영업이익이 19.9% 증가한 6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6% 감소했으나 이는 법인세 비용에 따른 것으로 사업성과와는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피코리아의 관계자는 “UPS, 배터리, 냉동기, STS 등을 취급하고 있으며 LG전자, 슈나이더, 르그랑, ABB, 화웨이 등과 협력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라며 “지난해에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문제로 화웨이 인산철배터리 공급이 많이 늘었으며 쿨링시스템에서는 LG전자 터보냉동기 매출이 많이 향상됐고 UPS, STS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통상적으로 2~3년 전만해도 미납물량(수주실적)이 700억원대였지만 최근 900~1,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납품 후 지급예정금액도 통상 100~200억원 유지하고 있어 내년에도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라며 “쿨링분야에서는 현재 공랭식 매출이 전부이지만 리퀴드쿨링 문의가 늘어 슈나이더의 모티브에어 인수를 계기로 DLC 제품공급이 가능토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FWU를 공급하는 한국코로나도 매출이 119억원으로 18.9% 성장했으며 영업이익 5억원, 당기순이익 2억원으로 각각 3.6%, 36.4% 성장했다.
반면 한국공조엔지니어링은 매출이 369억원으로 1.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48.2%를, 당기순이익은 16억원으로 –35.2%를 기록했다. 또한 우진기전은 매출 2,179억원으로 전년대비 13.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1.5%, 71.4% 급감했다.
이밖에 플랙트코리아는 매출(23.5% 감소)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23.2% 증가와 당기순이익 23.4% 증가를 기록하는 등 원가구조 개선효과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