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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공동주택, ZEB ‘문턱’… 의무화, 건물탄소중립 ‘시험대’

공공에서 민간으로… 공동주택 ZEB ‘첫발’
비용·분양가 부담 vs 중장기 투자비회수
단순규제 아닌 주거문화·기준 ‘혁신기회’

 

지난 6월30일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이하 친주기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민간 공동주택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가 확대됐다. 그동안 ZEB의무화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됐으나 이번 개정은 민간 주택시장을 직접 겨냥한 첫 의무제도라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사업주체는 ZEB 5등급에 준하는 설계를 반영해야만 인허가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건물부문은 전체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지만 운영단계까지 감안하면 30% 이상으로 비중이 증가하는 주요 감축대상이다. 건물부문은 전력·난방·급탕 등 생활과 밀접한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소비하는 영역이어서 감축여력이 크지만 동시에 기존건물의 에너지구조적 특성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적 압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은 국내 주거형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데다 동일한 단지단위로 대규모 건설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책효과가 크다. 정부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공공부문에서 확보한 설계·시공경험과 기술을 민간 공동주택으로 확산시키고 단기간 내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단순히 한 건물의 에너지성능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건축산업 전반의 기술·시장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번 제도개편은 국제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30년 이후 신축되는 모든 건물에 대해 ‘제로에너지 수준(nearly ZEB)’을 의무화했으며 영국·일본 등도 주택부문의 ZEB 확산을 법제화하거나 법제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에너지 다소비형 주거모델’은 설자리를 잃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이러한 흐름을 뒤따르지 못한다면 건설산업 경쟁력과 해외시장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민간 공동주택 ZEB의무화는 국내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내부목표와 글로벌 친환경건축 트렌드에 대응해야 하는 외부압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기획에서는 이번 민간 공동주택 ZEB 5등급 수준 설계의무화 조치와 관련해 업계와 정부의 입장을 알아보고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조건을 도출한다.

 

1차 에너지소요량 기준 100kWh/㎡·y로 강화


이번 개정된 친주기준은 민간 공동주택의 설계·시공단계에서 사실상 ZEB체계를 도입하는 첫 규제다. 가장 큰 변화는 1차 에너지소요량 상한치의 대폭 강화다. 종전까지 공동주택은 120kWh/㎡·y 미만을 충족하면 됐지만 개정 이후에는 100kWh/㎡·y 미만으로 낮아졌다. 이는 불과 2년 전 공공건축물에 적용된 수준과 유사한 것으로 공동주택 역시 ZEB 5등급에 준하는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공공부문에서 축적된 기술역량을 민간에 확산시키는 단계’로 보고 있다.


총량기준뿐만 아니라 세부 설계항목도 상향됐다. 총량기준을 따르지 않는 현장은 세부 설계항목을 반영한 시방기준을 따라야 한다. 벽체 단열기준은 유지됐지만 창의 단열관련 기밀성능이 상향됐으며 강재문도 열간류율과 기밀성능이 강화됐다.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열교환효율기준이 신설됐으며 신재생에너지설비 설계배점이 2배 상향됐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숫자 맞추기’식 인증을 방지하기 위해 총량기준과 시방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건설사는 고성능 자재와 설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총량기준을 맞추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고 중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시방기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정안이 1차에너지소요량 기준을 강화하고 핵심항목을 의무화하며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배점을 상향함에 따라 건설사와 시행사는 비용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분양가 상승이라는 부담이 예상되지나 입주 이후 난방비와 전기료 절감효과를 통해 장기적 주거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주택 내 에너지자립성이 높아지고 정부와 지자체의 세제혜택, 금융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은 단순한 기술규정의 변경이 아니라 민간 공동주택이 본격적으로 ZEB체계로 진입하는 선언으로 평가된다. 당장은 ZEB 5등급 수준이지만 향후 공공부문이 단계적 상향될 예정이어서 민간부문도 빠른 적응이 불가피하다.

 

 

업계, 비용증가·수요 불확실성 우려


개정된 친환경주택 기준은 공동주택시장의 체질개선을 유도하는 동시에 건설업계에는 일정부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설계항목 강화가 직접적인 원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등 신재생설비 설치가 불가피해지면서 초기투자비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대형건설사보다 중소규모 사업장에 더 큰 타격을 준다. 대형사는 자재구매 단가협상력과 기술인프라를 활용해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건설사는 설계와 자재선택 폭이 제한돼 추가비용을 흡수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건축경기 침체와 금융환경 경색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은 이미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추가적 원가부담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호소한다.


수요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소비자들이 에너지성능이 강화된 아파트의 장기적 편익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분양가 상승이다. 분양가 인상폭은 소비자 구매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돼 에너지절감 효과가 장기적으로 분양가 인상분을 상쇄한다는 점을 소비자가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에너지고효율 공동주택은 친환경이미지와 관리비 절감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구매결정 요인이 여전히 입지와 가격이라는 현실이라는 점이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업계는 기준강화가 결과적으로 ‘형식적 대응’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인증을 충족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용에만 집중하다 보면 본래의 취지인 운용단계 실질적 에너지절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기비용이 부담되는 사업장일수록 고효율 설비를 부분적으로만 적용하거나 활용하지 않을 신재생설비를 기준충족용으로 설치하는 식의 편법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건설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대비 수익(ROI: Return on Investment)’ 문제다. 초기 공사비는 상승하지만 비용이 분양경쟁력 강화나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업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무를 강화하기보다 금융지원, 세제혜택, 인센티브를 병행해 제도안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장기적 편익 및 탄소중립 당위성 강조


정부는 이번 개정된 친환경주택 기준이 일부 우려처럼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이미 검증된 수준을 민간으로 확산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개정기준이 ZEB 5등급보다 다소 낮은 완화된 수준이며 공공건축물에서 이미 시행 중인 기술과 시장경험을 토대로 시스템과 솔루션이 이미 민간건축 영역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로 기술적 기반이 이미 마련됐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공공기관 청사, 학교, 공공임대주택 등에서 ZEB설계와 시공경험이 축적되면서 고성능 단열재, 고기밀 창호, 고효율 설비 등 가격이 점차 안정화됐다.


LH의 관계자는 “ZEB 5등급이 의무화된 LH의 공동주택 건설사례 등을 분석한 결과 전용면적 84㎡ 기준 세대당 건설비용은 약 130만원 추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둘째로 장기적인 편익이 초기비용을 상쇄한다는 주장이다. 강화된 단열기준과 고효율설비 적용은 냉난방부하를 줄여 입주자 에너지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공동주택 세대당 연간 약 22만원의 에너지비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라며 “분양가 상승이 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주거비용은 오히려 낮아지며 5~6년이면 회수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산을 통해 주택 단지의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지며 정부·지자체의 세제혜택과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병행되면 실질적인 부담은 최소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이 단순한 규제강화가 아니라 시장의 구조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며 시장에 비용증가를 강제한다기 보다 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경제적임을 강조한 것이다.

 

공동주택시장, 위기·기회 ‘기로’


민간 공동주택 ZEB의무화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시장구조와 건설산업 전반의 경쟁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을 기점으로 공동주택시장에서 에너지성능은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의무화조치 이후 에너지성능과 거주비 절감, 주거쾌적성 등을 소비자가 체감하게 되면 건설사들은 에너지성능을 포함한 주거품질 전반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안착에 대해 시장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에서 이미 기술적 검증이 끝난 만큼 민간적응은 빠를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은 이미 ZEB인증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며 ESG경영, RE100 등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와 연계해 기업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실제로 주요 대형사들은 대형단지 아파트분양에서 ZEB인증, 고단열 창호, 태양광 발전, 지열시스템 등을 도입해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중소건설사와 지방단지에서는 제도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초기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데다 소비자가 에너지성능 강화에 따른 장기적 편익을 단기간에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형사는 친환경 이미지와 기술력을 앞세워 장기적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반면 중소사는 비용부담과 분양경쟁력 저하로 고전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원과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저항을 줄일 수 없다”라며 “의무화 제도이기 때문에 금융지원, 세제혜택,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발적탄소감축시장(VCM), 탄소배출권 외부사업 등 실질적 투자대비 수익(ROI)을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 인식개선 역시 핵심과제다. 에너지성능 강화가 분양가 상승으로만 인식되면 시장수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난방비 절감효과, 쾌적한 실내환경, 에너지 자립성 확대에 따른 환경적 기여 등 구체적 편익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ZEB주택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결국 민간 공동주택 ZEB의무화는 규제에 따른 비용증가에 따른 위험과 건설산업 선진화, 주거환경 개선에 따른 기회라는 양면을 동시에 지닌다. 초기에는 비용상승과 시장혼란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축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주거문화의 질적도약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과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게 협력하느냐가 이번 제도의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ZEB 설계의무화, 공동주택 탄소중립 시발점


민간 공동주택에 대한 ZEB의무화는 국내 건축정책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에너지성능기준을 강화한 기술적 조치가 아니라 공동주택시장 전체의 체질을 바꾸려는 제도적 실험이자 장기적 에너지전환 전략의 출발점이다.

 

업계시각은 엇갈린다. 원자재 가격상승과 건축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추가비용 부담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특히 중소건설사들은 분양가인상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제도수용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입장에서도 당장의 분양가상승이 눈에 띄는 만큼 장기적인 관리비 절감효과가 충분히 체감되지 않는다면 제도실효성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책방향성은 명확하다. 공공부문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과 시장인프라를 민간으로 확산하는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비용 절감과 건물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편익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달성이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아내야 하는 정부는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 2018년대비 32.8%라는 절감률을 달성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주택의 ZEB체계 진입이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건축산업에 있어 이번 개정의 의미는 위기와 기회의 경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사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부담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고효율시장이라는 새로운 경쟁무대를 열어주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업계가 이를 비용상승이라는 단기적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 사업전략과 기술혁신의 기회로 삼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시장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책과 제도적 보완, 시스템 개선을 병행해 의무가 부담이 아니라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성이 크다.

 

ZEB공동주택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글로벌 건축패러다임 속에서 민간 공동주택 ZEB의무화는 한국 건설산업이 직면한 불가피한 도전이자 기회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 이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시장을 재편할지, 정부와 업계가 얼마나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협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