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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전망] 김민구 ST Telemedia GDC 상무

“생성형AI, DC 수요‧설계 ‘변수’…설계 패러다임 변화 대비해야”
리던던시 효용성 및 쿨링시스템 혁신 재조명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DC)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투자사, 시행사, 운영사, 건설사, 장비사 등 DC산업 전 밸류체인에 걸쳐 분야별 플레이어집단 규모가 부피를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요증가에 비해 공급증가가 더 빠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밸류체인 단계별 플레이어의 경쟁 격화에 더해 불투명한 행정절차, 미흡한 정책‧제도적 한계에 따라 투자수요가 위축되며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생성형AI가 촉발한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DC에 대한 수요와 같이 기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데이터수요가 발생할 것이므로 DC시장 성장잠재력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최근 산업 전 영역의 디지털전환, AI 도입이 화두가 된 상황이다. 탄소중립산업 조차 기술적 혁신 없이는 목표달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AI 도입을 통한 해법을 모색하려는 R&D가 활발하다.

이러한 산업계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인프라로서 DC산업이 떠오르고 있지만 관련시장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새해를 맞아 김민구 ST텔레미디아(ST Telemedia) GDC 상무를 만나 현재시장을 진단하고 향후 변화할 시장모습을 전망해봤다.

김민구 STT GDC 상무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며 2002년부터 16년간 삼성SDS, 2017년부터 6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에 근무했다. 지난 2022년 12월부로 STT GDC에 합류한 이후 DC 전문가로서 관련업계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 최근 전반적인 국내 DC시장 동향은
최근 2~3년은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격변기였다. 2020년 이전만 해도 한국에 메가급 DC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통신 3사와 삼성SDS, LG CNS, SK C&C와 같은 대기업 정도였다. 

그러나 2020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산 자사센터 오픈을 필두로 DRT, Equinix, Actis, Digital Edge, DCI, STT GDC 등과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이미 한국에 DC를 오픈 했거나 향후 몇 년 내에 오픈을 앞두고 있다.

또한 이지스, 퍼시픽, 코람코와 같은 자산 운영사들의 진출로 이제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몇 개인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워졌다.

2023년은 한국 DC 업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수 사업자들이 DC시장에 진입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전기사업법시행령이 개정돼 한국전력은 계통영향 평가를 통해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전력공급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또한 SK C&C DC화재로 인해 예견된 정부의 규제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 직접정보통신시설 보호지침 강화 등으로 현실화가 됐다.

■ 2024년 한국 DC시장의 변화는
가장 큰 궁금증은 DC 공급과 수요에 대한 예측일 것이다. 2023년 Structure Research Report는 우리나라 수도권의 코로케이션(Co-location) 시장규모를 2023년 수요 537MW, 공급 550MW, 2024년 수요 612MW, 공급 658MW, 2025년 수요 731MW, 공급 819MW, 2026년 수요 857MW, 공급 939MW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예상한다면 2026년까지 매년 120MW 정도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 과잉이라는 것이다. 

예측 데이터이므로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시장에 화두가 되는 프로젝트들이 모두 성공한다면 공급 과잉은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 생성형 AI 등장이 데이터 수요를 폭증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그렇다. 생성형(Generative) AI의 등장이 데이터 수요에 변수다. 챗GPT를 필두로 한 Generative AI 등장은 생각하지 못했던 급격한 연산력(computing power) 증가요구를 일으키고 있고 그 성장세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Generative AI로 인해 인류의 삶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는 DC사업에도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DC 수요증가는 자명한 것이며 높아지는 전력소모에 따라 D2C냉각(Direct to Chip cooling)이나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과 같은 액체냉각(liquid cooling) 적용이 늘어날 것이다.

AI로 인한 또 다른 변화는 백업전원이나 기반시설의 리던던시(redundancy)에 대한 요구사항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훈련(training)이 필요한데 이 훈련에 엄청난 computing power가 필요하지만 훈련 중간에 서버가 다운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 시점까지 학습된 결과값만 있으면 서버복구 후 다시 학습을 해나가도 되기 때문이다.

이미 20여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박사과정에 있을 때 전력계통 안정성을 AI기술 중 하나인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을 이용해 예측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당시는 computing power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기에 하나의 데이터 세트(data set)를 학습시키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이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않는 밤 시간대에 학교 컴퓨터실에 있는 여러 컴퓨터에 로그인한 후 집에서 원격으로 접속해 그 결과를 확인하곤 했다. 물론 계속 학습된 결과를 저장시키도록 프로그래밍을 했다. 즉 스토리지나 네트워크 장비만 다운되지 않으면 된다는 의미다.

AI 용 DC는 아니지만 국내 S사는 이미 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서버들은 UPS나 발전기를 연결하지 않고 있으며 Meta나 Yahoo도 발전기가 없는 DC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향후 몇 년 이내에 MS나 AWS의 엔지니어들이 쉽게 고가용성의 DC를 포기하지는 않겠으나 원가절감을 위한 CEO들의 결정이 내려질 날이 아주 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 변화하는 DC산업지형에서 업계의 대응방향은
DC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자사센터가 아닌 Co-location 사업자들이 UPS나 발전기 또는 냉동기가 없는 센터를 구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명을 40년은 봐야 하는 센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들은 그 시기가 왔을 때 어떻게 기존의 구조를 변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인 변화 이외에도 DC사업자로서 앞으로 피부에 와 닿는 것은 ESG경영일 것이다. 글로벌기업의 경우 부도덕한 회사가 운영하는 DC는 이용하려 하지 않고 있으며 투자사가 조성한 자금으로 구축되는 센터의 경우 투자사가 얼마 동안이나 센터를 운영할 것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매각하게 되면 일정규모의 회사에게만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 또한 내걸고 있다.

특히 투명하지 않은 수전과정은 향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지점은 지금 DC사업에 경험이 없이 뛰어들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일이다.



■ 새해에 당장 달라지는 제도적 변화는
올해 직접정보통신시설 보호지침 개정에 따른 첫 감사(audit)가 시작될 것이며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대상의 센터들도 많아질 것이다. DC사업을 영위하는 운영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새해다.

이러한 법령들이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카카오 사태 이후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령들이나 ESG에 대한 인식들은 분명 개선돼 갈 것이며 DC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이를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