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보조금제도와 공공의무화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함에 따라 지열히트펌프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열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철영 유천써모텍 대표를 만나 지난해 지열시장 동향 및 올해 지열시장 전망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해 지열시장을 평가한다면 2022년, 2023년 연속 원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과 함께 고금리 금융정책은 건설업계 전반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공공 및 민간분야 건축경기 침체에 따라 지열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공공분야에서 발주하는 건축공사가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시장도 그만큼 줄었다.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특별시가 선도적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신축 건축물에는 의무적으로 지열에너지를 도입함은 물론 기존건물에도 지열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노력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 지열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재생에너지센터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와 같이 국내 지열시장은 2016년 1억6,204만7,000toe에서 2021년 2억5,559만toe로 총생산량은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2016년대비 2017년 13%, 2018년 12%, 2019년 9%, 2020년 7%, 2021년 6%로 성장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열에너지활용이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태양광 위주의 전기생산에 집중된 국내 신재생에너지정책과 생산, 저장, 소비 등 에너지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편의성에 기반한 신재생에너지보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발표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대상 사업장에 대한 최근 3년간 지열시스템 설치비율은 ZEB(Zero Energy Biulding) 도입 후 급격히 감소했다. 급감이유는 지열의 경우 히트펌프에서 전력을 소비함에 따라 순에너지 발생량이 감소돼 ZEB등급 산정 시 불리하며 지열시스템 설치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 부지면적, 공사기간, 지열이용검토서 작성 및 평가절차 등으로 사업자의 기피현상으로 지열시스템설치 비율이 급감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 최근 서울시가 ‘지열에너지 도시’를 선포했는데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세계적 수준의 ‘지열에너지 도시 서울’을 조성한다는 언론 발표가 있었다. 현재 건물냉난방에 278MW 보급되고 있는 지열에너지를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1GW 수준으로 확대 보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실행계획을 살펴보면 지열시스템의 높은 초기투자비, 공사기간 지연 등 지열냉난방에 있어 설치․운영상 어려움을 해결하고 진입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2024년부터 ‘서울형 지열 인센티브제도’를 시범운영하고 공사계획부터 운영단계까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컨설팅)그룹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공부문에서 지열 보급을 선도하기 위해 면적 1,000㎡ 이상 신․증축, 개축 공공시설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2023년 32%) 중 50% 이상을 지열로 우선 적용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건축기획단계부터 지열설비를 시공할 수 있도록 사전검토를 강화하고 자치구 보조사업에도 지열을 우선 도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서울시의 발빠른 지열정책은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비율 중 50% 이상을 지열 우선 적용하는 계획으로 지열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올해 지열시장을 전망한다면
ZEB의 의무화 시행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증가되고 있으나 제로에너지 평가과정 특성상 태양광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지열시스템은 초기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고 부지면적을 확보하는 고려사항으로 인해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히트펌프는 동력원으로 전기를 사용하므로 전기소비를 최소화하는 히트펌프시스템이 개발돼야 지열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히트펌프의 COP(성적계수) 개선을 우선 고려할 수 있으나 이미 COP 향상기술은 상당수준 발전됐기에 획기적인 COP 개선은 힘들 듯하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심야전력활용, 전기사용을 대폭 줄이는 지중열을 활용한 Free Cooling시스템 등 새로운 형태의 기술개발을 고려할 수 있다.
■ 지열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분야는
먼저 지열이용검토서 작성 및 승인절차는 폐지하거나 간소화해야 한다. 지열설비는 설치의무기관에서 설계요약서, 계산서, 도면, 지중열전도도 시험성적서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해 신재생에너지센터에 기술검토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중열전도도 측정에 필요한 시험천공 공사비 및 시험성적서 수수료 비용이 수직밀폐형은 2,000~3,000만원, 개방형은 6,000만원에 달하는 경비가 지출되고 지열이용검토서 작성 및 평가에 2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불필요한 규제다.
지중열전도도 측정자료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2009년 개발한 ‘지열자원정보시스템(data.kigam.re.kr)’을 활용해 지역별 열전도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건물 신축허가에 따른 지중열전도도 측정 규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중 유일하게 지열설비만 지열이용검토서 작성 및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함으로써 설계기간을 2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
ZEB에 적용되는 신재생에너지원별 보정계수를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ZEB의 에너지자립률을 산정할 때 생산된 전기에 대해서는 모든 손실을 감안해 환산계수 2.75를 적용하고 있다. 지열에너지의 순에너지 생산량에 대해서는 1차 에너지로 환산할 때 에너지생애주기 및 열원기기 효율에 대한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열히트펌프를 이용해 1,000kWh의 열에너지를 생산했다고 가정하면 같은 열량을 생산하기 위해 효율 80%인 경유보일러를 사용 시 손실을 감안한 1차 에너지 총소요량은 1,250kWh로 늘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열의 순에너지생산량을 1차 에너지로 환산할 때에는 보일러, 냉동기 등 열원기기별 효율에 해당하는 손실만큼을 더해 1차 에너지로 환산하는 것이 실질적인 지열의 순에너지 생산량이 될 것이며 합리적인 제로에너지 자립률이라고 할 수 있다.
■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토교통부에서는 2050년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2024년부터 민간 분양․임대 공동주택 30세대 이상은 5등급 수준, 2025년부터 공공은 4등급 수준, 민간은 1,000㎡ 이상 5등급 수준으로 ZEB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건물의 에너지자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지열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꼭 필요한 열에너지다.
공동주택은 개별난방 및 집단에너지에 의한 난방이 주류를 이뤘지만 그동안 축열기술은 물론 히트펌프를 포함한 지열에너지에 대한 기술발전으로 이제는 공동주택에서 최적의 열에너지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동주택에 지열에너지를 생산, 축열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획기적인 에너지절감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이룰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열에너지에 대한 의무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열시스템 설치 확대 정책은 설비 설치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과 규제 또는 의무화 방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지열시스템 설치에 대한 인센티브정책은 설비 설치보조금, 세금감면, 저리융자 같은 정책으로 지열시스템 설치(히트펌프 설치)에 대한 지원이다.
앞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공급하는 청년주택 등은 지열냉난방을 포함한 제로에너지 아파트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열시스템 설치에 대한 의무화 및 인센티브제도는 지방자치단체로서 가장 앞서가는 지열시스템 설치 활성화 정책으로 판단되며 정부에서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법 및 규정을 개정해 나가야 한다.
지열업계에서는 공동주택의 지열에너지 의무도입을 위한 표준시공기준을 마련함은 물론 현재 생활하수, 영구배수, 중수 등 다양한 미활용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