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설비공학회(회장 송두삼)와 한국종합건설기계설비협회(회장 오양균)는 5월30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5년도 공동주택 ZEB세미나 연합 학술강연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국토교통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공식 후원기관으로 참여했으며 층간소음과 난방효율이라는 이중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증기반 해법이 공유됐다.
정부는 2022년 층간소음 대책의 일환으로 바닥충격음 성능 기준을 강화하고 바닥 모르타르 두께를 40mm에서 70mm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에 따라 난방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제기되며, 구조·설비 통합 설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개회식에서는 주최기관 대표자들과 국회의원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환영사 및 축사를 전하며 이번 세미나의 기술적·정책적 의미를 강조했다.
오양균 한국종합건설기계설비협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금 우리 건설산업은 친환경과 고성능이라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공동주택은 층간소음과 에너지효율이라는 상충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늘 세미나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설계·시공·제도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실증과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로 고성능 바닥시스템을 통한 지속가능한 주거환경 구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두삼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성균관대학교 교수)은 축사를 통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실현을 위해 구조와 설비의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며 이번 행사는 바닥구조체의 변화가 에너지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학회 차원에서도 난방, 배관, 음향, ESG 등 다양한 위원회가 공동 참여해 실증중심의 융합적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설계기준과 정책 제안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바닥난방 구조체 실험적 검증… 두께변화 따른 성능차이 정량분석
윤동희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연구원은 첫 발제자로 나서 공동주택 바닥난방 시스템의 구조체 변경이 난방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2022년 층간소음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바닥충격음 성능기준을 강화하고 바닥 모르타르 두께를 기존 40mm에서 70mm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난방효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량적 검증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번 발표는 이러한 정책변화에 따른 에너지성능 저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하고 기술적 대안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
실험은 40mm 모르타르 구조체, 70mm 모르타르 구조체, 70mm 모르타르 구조체에 알루미늄 열전도판을 삽입한 세 가지 조건을 대상으로 동일한 외기조건(서울 겨울철 평균 0.6℃), 온수 공급 온도(60℃), 유량(1L/min) 하에서 17일간 연속난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측정항목은 실내온도 도달시간, 바닥 표면온도, 구조체 내부 온도분포, 난방에너지 소비량 등으로 구성됐다.
실험결과, 70mm 모르타르 구조체는 기존 40mm 구조체에 비해 설정 온도 22℃ 도달에 약 8시간이 소요돼 약 1.5배의 시간 증가가 발생했으며 초기난방 가동 시 에너지소비량은 최대 47.8%, 평균적으로는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헐난방 환경에서 난방 반응속도 지연은 사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주거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열전도판이 삽입된 구조체는 실내온도 상승시간이 15~20% 단축됐으며 에너지소비량도 평균 56% 절감됐다. 열전도판은 난방 배관에서 방출된 열을 빠르게 확산시켜 구조체 전반의 열 분포를 균일화하고 복사열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보였다. 연속난방 시에도 바닥 표면온도 분포가 고르게 유지되며 열쾌적성이 향상된 점이 확인됐다.
또한 열전도판이 적용된 구조체는 난방종료 이후 실내온도를 일정시간 유지하는 성능도 우수해 간헐난방 중심의 국내 주거행태에 적합한 기술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윤 연구원은 “단순히 모르타르 두께를 늘리는 방식은 에너지낭비와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구조적 변화에는 반드시 열응답 특성에 대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라며 “열전도판은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기술이며 실제 사용행태를 고려한 구조체 설계와 실증 기반 기술기준이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바닥난방 구조체 설계의 기술적 방향성과 정책적 검토기준을 동시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업계와 학계 모두에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열전도판 기반 고성능 바닥시스템… 난방 응답속도·에너지절감 입증
민준기 아키필드 본부장은 알루미늄 열전도판을 활용한 바닥난방 성능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민 본부장은 열전도판이 바닥난방 배관 상부에 삽입돼 열전달 경로를 보완함으로써 초기 실내온도 도달시간을 줄이고 전체 난방효율을 향상시키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실험은 70mm 모르타르 구조체에 열전도판을 적용한 조건에서 진행됐으며 실내 설정온도 22℃ 도달시간, 바닥 표면온도 균일성, 난방에너지 소비량 등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열전도판을 적용한 구조체는 모르타르 두께가 두꺼워진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온도상승 반응이 개선돼 설정온도 도달시간이 평균 15~20% 단축됐으며 에너지소비는 약 5~10%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닥표면 온도분포가 더 고르게 유지돼 실내쾌적성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개선효과가 확인됐다.
민 본부장은 “열전도판은 단순한 자재라기보다 구조체 내 열 흐름을 정밀하게 조율해주는 설비적 보완재”라며 “기존 시스템 대비 초기 시공비는 다소 증가하지만 사용자 만족도 향상과 에너지비용 절감으로 중장기적 경제성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간헐난방을 많이 사용하는 국내 공동주택 환경에서 열전도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외출 후 난방을 재가동할 경우 기존 시스템에서는 온도도달까지 8시간이 소요되기도 하지만 열전도판 적용 시 이를 6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어 실사용 환경에서의 체감개선이 크다는 것이다.
민 본부장은 “이번 실험은 열전도판의 효과를 실험실 수준에서 입증한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공동주택 현장에서도 시공성과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라며 “제도적 지원과 함께 표준설계 적용이 이뤄진다면 탄소중립 건축을 위한 고성능 바닥시스템으로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단열, 층간소음 저감, 난방 효율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바닥구조 설계가 ZEB 구현의 핵심이며 기술과 정책의 동시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주택 현장 실증 비교…열전도판 적용유무 따른 난방성능 차이분석
심지수 성균관대학교 선임연구원은 열전도판의 적용 유무에 따른 바닥난방 성능차이를 실제 공동주택 현장에서 비교 분석한 실증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효율과 주거 쾌적성 향상을 위한 구조체기술 적용의 실효성을 현장단위에서 검증한 사례다.
심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LH가 시공한 동일 평면·동일 구조의 공동주택 2개 동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실험군은 바닥구조체 내에 알루미늄 열전도판이 적용된 구조였으며 대조군은 일반 모르타르 구조체로 구성됐다. 두 건물 모두 외기조건, 층고, 단열재, 난방보일러 사양 등 주요변수는 동일하게 설정됐다.
실증실험은 동절기 가동조건에서 진행됐으며 바닥 표면온도 및 설정온도 도달시간, 소비전력, 평균난방부하 등의 항목이 정량적으로 측정됐다. 분석결과 열전도판을 적용한 실험군의 경우 바닥 표면온도 상승속도가 평균 18~22% 빠르게 나타났으며 설정온도(22℃) 도달시간도 대조군 대비 약 1시간 이상 단축됐다. 에너지소비 측면에서는 동일 시간대 기준 평균 6.3%의 소비전력 절감이 확인됐다.
심 연구원은 “바닥난방에서 중요한 성능지표는 초기반응성인데 열전도판은 열원을 빠르게 상부로 전달해 몰탈두께 증가에 따른 지연현상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라며 “특히 간헐난방운전이 일반화된 공동주택 실사용 행태에서 설정온도 도달시간 단축은 실질적인 에너지절감과 사용자체감 쾌적성 향상에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열전도판 적용군에서는 보일러 반복가동 횟수도 감소했으며 온도편차에 따른 바닥면 분포 균일도에서도 우위를 보였다”라며 “이와 같은 실증결과는 향후 고성능 바닥시스템의 표준화를 위한 정량적 데이터로서의 활용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 모두가 주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심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실험실 조건이 아닌 실제 공동주택 현장에서 수행된 실증기반 분석으로 기술적용의 현실성과 시공성, 성능을 함께 검토한 점에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 다양한 구조체 조합과 건축유형을 대상으로 한 후속연구를 통해 표준화 가능한 설계지침 수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층간소음 기준 강화로 인한 바닥 모르타르 두께증가가 에너지성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 기술로서 열전도판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로 향후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실현을 위한 실무적·정책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바닥난방 구조체 변화, 기술·제도 병행 필요… 현장성과 정책연계 강조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산업계, 학계,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구조체 변화가 시공현실과 정책기준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논의했다.
송두삼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난방기술은 고착상태이며 북유럽의 복사난방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라며 “열전도판은 모르타르 두께 증가로 인한 열응답성 저하를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오양균 회장은 “층간소음 기준강화로 건설사는 새로운 바닥구조 시공을 요구받고 있으나 난방효율 저하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라며 “실제 시공에서 에너지손실과 사용자 민원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열전도판과 같은 고효율 기술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병윤 한국설비연구 사장은 VIP 단독주택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이태원, 한남동 등 고급 주거지에 열전도판을 전면 적용 중이며 사용자의 체감 만족도와 유지관리 효율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승식 삼성물산 부소장은 “단순 구조변경만으로는 층간소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라며 “슬래브 구조 자체를 제어하는 액티브 매스댐퍼 등 복합기술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원균 롯데건설 상무는 “열전도판 기술이 운영단계 탄소배출(Scope 3) 관리에 효과적”이라며 “설비성능 향상은 물론 건설사의 ESG 전략에도 부합하는 기술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LH의 관계자는 “이번 연구가 난방효율에 집중돼 있고 층간소음 성능에 대한 실증이 결여된 점이 아쉽다”라며 향후 통합 실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송두삼 회장은 “난방중심의 실험 설계였지만 층간소음과의 연계연구도 추후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열전도판 공급기업 김효진 스피폭스 부사장은 기술적 설계우위와 시공현실에서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김효진 부사장은 “실제 시공현장에서 배관 밀착, 몰탈 품질, 타설 두께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열전도 성능이 균일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당사의 열전도판은 몰탈 내 삽입 이후에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며 균일한 열 분포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보다 높은 열전도율을 가진 알루미늄 합금소재를 사용했고 몰탈과의 밀착력을 높이기 위해 특수 양각패턴과 하부 지지구조를 적용해 장기적인 내구성과 시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용래 스피폭스 대표는 열전도판의 역할이 단순한 보조재를 넘어선 구조적 구성요소임을 강조하며 “열전도판은 단순히 난방효율을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으며 모르타르 내 위치에 따라 일부 진동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며 “기계적 소음이나 충격음 전달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관련 연구기관과 협력해 정량적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ZEB 실현을 위한 구조체 설계에서 열전도판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닌 필수요소”라며 “기술적 성능이 입증된 만큼 제도적 반영이 시급하고 정책적으로도 바닥시스템 성능에 대한 종합적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과 질의응답은 단순한 기술실증을 넘어 바닥구조체 변화에 따른 기술적용 현실성과 정책연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향후 실증주택을 통한 통합시험과 후속연구, 제도적 지원체계 마련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