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열설비발전협회는 축냉·축열설비 역할과 중요성을 홍보하며 소비자가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 △시공 △운영 △유지관리 등 각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보급하며 회원들과 관련업계 기술교류를 촉진하는 등 국가 에너지효율과 경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제도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유해성 한국축열설비발전협회 회장을 만나 P2H시스템에서 축열의 역할과 중요성 등을 들었다.
■ 국내외 축열시장 동향은
IEA(국제에너지기구)의 ‘World Energy Outlook 2024’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축열(TES)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산업과 건물부문에서 축열설비는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며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충하며 무탄소를 증설·유지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주도하며 전기차와 제로에너지건축물(ZEB)보급을 확대해 수송·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아지면 전력계통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에너지 저장설비가 필요하다. 전력공급측 에너지저장설비로는 주로 △대규모 배터리에 의한 전기저장 △양수발전 △압축공기 이용 등이 활용되고 있으며 열저장에 의한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다.
최근 미국 NREL에서는 잉여전기를 1,200℃의 뜨거운 모래를 만들어 열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이 열로 다시 터빈을 가동해 발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열저장효율은 95%, 저장시간은 4~5일 이상이며 왕복효율은 52~54%로 상당히 유망한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 섹터커플링시장에서 축열의 역할 및 필요성은
섹터커플링은 재생에너지 발전계통에서 잉여전력이 발생할 때 공급측이 아닌 수요측에서 전기가 아닌 열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다.
잉여전력과 열수요가 발생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으므로 당연히 축열기술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즉 ‘축열설비가 없으면 P2H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P2H시장은 전력계통 수요측 유연자원 역할을 하는데 사계절 열수요가 있는 급탕분야에 적용하면 상당한 규모의 수요를 만들거나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저온의 열을 이용하는 분야에서는 태양열설비와 경쟁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대량 냉각부하가 항상 필요한 데이터센터(DC)도 P2H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으며 정밀 제조산업에서 필요한 냉난방과 식품공장 등 △가열 △냉각프로세스 △농축수산용 열에너지분야도 P2H시장으로 개발돼야 한다.
■ P2H연계를 위한 축열설비와 히트펌프 결합시스템의 핵심은
축열설비는 이용온도·저장기간·용량에 따라 △축열매체 선택 △열생산 방법 △축열조 형태 △축열 또는 방열시 열교환기술 △제어방법 등이 달라지며 다양한 기술이 요구된다.
그동안 냉난방에 사용되는 축열매체로는 물과 얼음이 주였으나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가정용 히트펌프와 결합하기 위해 축열밀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한 염수화물 PCM개발이 시도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추운지역에서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도입할 경우 겨울철 오전 9~10시에 공장, 사무실, 영업장 등에서 난방을 시작하면 밤새 식어 있던 건물온도를 올리는데 상당히 많은 열량이 집중적으로 소비되며 이때 EHP운전과 보조 전기난방기구 사용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전력피크수요를 완화하기 위한 축열설비를 갖춰야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주목하는 국내·외 P2H기술 사례는
해외에서 개발돼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산업분야 대표적인 P2H 프로젝트 적용기술은 △고온히트펌프 △전기보일러 △고체(콘크리트, 세라믹)·액체(용융염) 축열조로 구성된다.
건물부문은 히트펌프와 저온 축열조 조합으로 스마트 그리드 대응형 수요관리와 비용절감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제주도를 중심으로 P2H시스템 개발과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지난해 5월 서부농업기술센터에 국내 최초로 P2H시스템을 구축하며 실증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은 지하수열과 공기열 등 복합열원을 활용한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과 축열조 이용율 등을 검증하며 자체 개발한 플러스DR(Demand Response) 운영시스템을 적용해 전력거래소 수요관리시장에 참여할 예정이다.
제주지역 P2H시스템 도입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로 인한 전력손실 문제를 해결해 농수축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창출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농수축산시설과 건물냉난방 전기화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 P2H사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건물부문에서는 기존 축열설비가 구축돼있는 축열조를 P2H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봄·가을 태양광 출력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플러스DR 수요가 필요한 경우 히트펌프로 온수를 만들어 기존 축열조에 저장해둔 뒤 나중에 급탕이나 온수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P2H사업에서 잠재력이 큰 분야는 사계절 부하가 발생하는 산업부문이다. 최근 정밀 제조산업에서 생산환경의 항온항습요구가 흔하다. 식품공장 등에는 가열·냉각 프로세스가 혼재하며 농축수산업에서도 생육환경 조성을 위한 열에너지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년내내 대량의 냉각부하가 필요한 DC도 P2H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 정부연구기관·P2H기술 보유기업 등이 협력해 P2H를 적용하는데 유망한 여러분야·업종·프로세스별 사례를 발굴해 실효성이 입증되면 사업자단체를 통해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미국에서는 ZEB보다 GEB(Grid interactive Efficient Building)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전력망 연동형·친화형 건물’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망과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에너지소비를 유연하게 조절해 고효율설비와 스마트제어기능을 갖춘 건축물을 말한다. △에너지비용 절감 △쾌적성 유지 △탄소배출 저감 △전력망 안정성 등에 기여할 수 있는 GEB는 미래형 에너지자립 건물로 고효율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춰 탄소중립과 스마트그리드 확산 핵심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다.
축열설비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기반기술로 산업과 건물 및 전력망의 연계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시장에 대한 비전을 가지며 새로 출현하는 국내·외기술과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축열업계 모든 관계자가 합심해 좋은 기술을 만들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