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기술실용화본부는 제주도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 해결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P2H 기반 분산에너지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히트펌프, 축열조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열로 전환하고 열수요처에 공급함으로써 열공급 부문 탄소중립은 물론 전력계통 안정성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오승진 생산기술연구원 박사를 만나 P2H 기술개발 현황을 들어봤다.
■ 열에너지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P2H를 주목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직접활용성과 화석연료 대체가능성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공급이 불규칙하고 잉여전력이 자주 발생하는데 P2H는 잉여전력을 열로 전환해 에너지를 낭비없이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난방 △온수 △산업공정열은 대부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P2H는 전기보일러와 히트펌프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열을 생산할 수 있어 효과적인 탈탄소 수단이다.
또한 섹터커플링을 통해 에너지시스템 전체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이며 열저장기술과 결합하면 전력망 안정화와 수요대응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P2H는 열에너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 P2H기술 핵심은
제주도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과전력을 활용해 열에너지로 전환·저장·공급하는 통합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고밀도 열에너지 저장기술은 이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전력·열간 섹터커플링 효율성과 활용성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현재 PCM(상변화물질)과 TCM(열화학물질)을 활용한 400MJ급 고밀도 축열조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현열축열조대비 체적당 에너지밀도가 높으며 열손실이 없어 재생에너지 시간·공간적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고밀도 열저장시스템은 △히트펌프 △전기히터 △열분배기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출력제한 발생 시 즉시 가동할 수 있다.
부하가 적을 때에는 축열조를 통해 열을 저장해 나중에 공급함으로써 부하평준화 및 전력망에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더해 AI기반 부하예측 알고리즘을 결합해 축열 상태(SOC) 실시간 기상정보, 부하변화 등을 고려한 열생산·공급 스케줄링 최적화도 병행된다.
고밀도 열저장기술을 기반으로 ‘열택배(Heat Delivery)’ 서비스모델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는 생산된 열에너지를 축열조에 저장한 뒤 물리적 파이프라인 없이 차량 등을 이용해 원거리 수요처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열공급인프라가 부족한 △농가 △축산시설 △분산형 관광지 등에 적합하며 수요지에 따라 축열용량을 조절할 수 있어 유연한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제주 전역에 걸쳐 분산형 열에너지서비스 확산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주택용 축열식 히트펌프 보급사업 추진배경은
한국의 주거부문 화석연료 사용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OECD 국가 및 세계 평균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전국대비 도시가스 보급률이 가장 낮아 등유나 LPG를 이용한 난방방식이 주거부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보일러를 대체할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출력제한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 내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발생한 전기를 자가 소모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보급사업을 통해 화석연료 기반의 난방용 보일러를 전기기반의 축열식 히트펌프로 대체해 출력제한에 대응하고 주거부문 탄소중립에 앞장설 것이다.
■ 보급사업 기대효과는
제주도는 지역난방 인프라가 전무하며 LNG보급률도 19.8%로 대규모 열공급시스템보다 분산형 P2H기반 개별 열공급체계 구축이 더 현실적이며 유리한 대안이다.
특히 축열식 히트펌프를 활용하면 기존 등유·LPG 보일러를 대체해 주거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또한 제주도는 BTM(자체소비형) 태양광설비 보급률이 높지만 낮시간대 발전된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기가 부족해 잉여전력이 계통에 역송되며 출력제한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주택용 P2H 설비가 도입될 경우 태양광발전 전기를 실시간으로 열로 전환해 자가 소비함으로써 계통으로의 역송전력을 줄이고 출력제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기반 전력을 활용한 열생산은 탄소배출량이 실질적으로 0에 가까워 국가차원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한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기존 등유 또는 LPG대비 연료비 부담을 줄이며 연료저장·보일러 유지관리 등 불편함도 해소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국가 전력망 차원에서 계통 안정성과 잉여전력 처리 능력이 향상돼 제주형 에너지자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중요한 기술기반이 될 수 있다.
향후 제주도가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돼 주택용 P2H설비 보급이 활성화되면 가정단위 히트펌프와 축열설비를 가상발전소(VPP)와 연계해 수요자원으로 등록·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향후 제주형 VPP 구축 핵심인프라로 작용하며 지능형 수요관리기반 계통안정성 확보와 전력시장참여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향후 사업계획은
지금까지 수행한 다양한 P2H 실증·기술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도 열에너지부문 전반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실용화 중심 연구개발과 보급확산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난방 인프라가 부재하고 LNG 보급률이 낮은 제주도 주거환경에 적합한 분산형 P2H 솔루션을 주택 및 소형건물부문에 적용해 히트펌프와 축열조를 결합한 고효율 난방전환모델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단계에서는 농어업 등 1차산업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맞춤형 P2H기술을 개발해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온실 재배지 △축사 △수산양식장 등에 적용가능한 공기열·수열 기반 시스템을 실증하고 관련 에너지복지모델도 병행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제주도 내 △관광단지 △공동주택단지 △복합시설 등에 적용 가능한 소규모 집단열공급 모델을 개발해 미활용 잉여전력을 이용한 ‘지역단위 열공급’도 함께 실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제주형 분산형 열공급시스템 확산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