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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보편화, 탄소중립 향한 '징검다리'


이상과 현실. 언제나 정부 정책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궁극적인 지향점, 즉 이상향을 외치면 그 멀어보이는 길 앞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라며 지레 포기하거나 오히려 훼방을 놓기도 합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이상향도 그렇습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는 외면당했으며 탄소중립을 외치는 사람들을 급진적 환경운동가로 여겨 그들의 주장을 걸러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 등 용어의 뉘앙스가 강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지금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단계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이상향을 어떻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여기게 됐을까요? 개울을 앞에 두고 발 앞에 징검다리 하나씩 놓아가며 건너왔기 때문은 아닐까요. 불가능해보인다고 착수하지 않으면 실제로 불가능해집니다. 불가능해보여도 단계적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부터 행동으로 옮기도록 결단하면 이상향도 현실이 될 것입니다.

 

‘히트펌프 보편화’가 현실이 되길
탄소중립을 향한 하나의 징검다리로 히트펌프가 있습니다. 건물부문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22.3%를 차지합니다. 산업부문 60.6%에 비하면 작지만 감축여력이 제한적인 산업부문과 달리 감축 잠재력이 큽니다.


건물부문 탄소배출의 60%를 차지하는 것이 주택난방용입니다. 우리나라 주택은 96% 이상이 지역난방을 포함한 화석연료를 난방에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사용에너지로 봐도 60% 이상이 냉난방 및 급탕에 사용됩니다. 이를 히트펌프로 바꾼다면 효율이 90% 이상인 콘덴싱보일러보다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28% 적습니다.


그런데도 왜 히트펌프로 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온돌문화에 익숙해져 보일러난방에 익숙하다는 점, 히트펌프 설치에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 법적인 가스비용 보전 정책으로 에너지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가스비용이 저렴하므로 높은 효율로 이용해도 절감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전기로 히트펌프를 가동함에 따라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을 받게된다는 점 등 수많은 현실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입니다.


그러나 이미 히트펌프 난방으로 저만치 강을 건너간 나라들이 많습니다. EU는 연간 히트펌프 판매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한 REPowerEU 목표를 수립해 2030년까지 6,000만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난방에도 신규시설에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기존 천연가스 지역난방도 정부지원이 폐지됩니다.


우리나라도 징검다리를 놓을 때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가 아니라 ‘이상향으로 가기 위한 행동’이며 그 전에 ‘행동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화석연료에 주는 에너지비용 보전혜택을 없애 에너지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에 따라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은 에너지비용을 보전했던 자금으로 저소득층에 히트펌프를 지원하면 될 것입니다. 서민들에게는 보조금으로 EU처럼 히트펌프 설치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화석연료 비용보전 정책을 폐지해도 아무도 타격받지 않게 됩니다. 결국 결심, 그리고 결심에 이은 행동의 문제입니다.


탄소중립이라는 이상향을 두고 그 관문인 ‘히트펌프 보편화’를 이루도록 정부가 결단해 정책이라는 징검다리를 놓게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