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업계는 부동산경기 침체, 고금리,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도 및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태영건설(시공능력평가 24위)의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에스원건설(강원지역 시공능력 8위), 제일건설(시공능력평가 202위), 신태양건설(부산 7위)에 이어 올해는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58위)를 시작으로 삼부토건(71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저건설(103위),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38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 이 부도 또는 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2024년 부도 처리된 건설사가 27곳으로 2019년 이후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방 소재 중소·중견 건설사의 부도가 전체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 분양시장 침체와 미분양 증가로 인해 지방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며 결국 연쇄부도의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대부분 400%를 초과하며 일부기업은 800%를 넘는 등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돼 있습니다. 시공능력평가 100대 기업 중 2023년말 기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코오롱글로벌(364%), 금호건설(640%), 태영건설(720%), HJ중공업(538%) 등이 있으며 태영건설,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우조선해양건설 등은 이미 워크아웃, 법정관리 신청 등이 취해져 있습니다.
기계설비 ‘위기의 늪’… 제도개선·정부지원 절실
건설경기 침체와 유동성 위기는 결국 기계설비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부진은 기계설비업계의 수주감소, 공사지연, 비용부담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공기지연이 발생할 경우 기계설비시공업체는 간접비와 선투입비 등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여기에 공사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분쟁이 증가하고 있어 업체의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및 녹색건축 관련예산이 삭감되고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증가한 건설업계의 부담이 고스란히 기계설비업계에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최종 부도처리된 에어텍을 비롯해 지역에서는 더 많은 기업이 겨우 ‘숨통’만 붙어있다고 하소연합니다. 특히 장밋빛 전망마저 없기에 더욱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축공사 감소로 인해 기존 시설의 유지보수 수요가 일부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침체는 기계설비업계에 다양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나 유지보수시장 확대와 기술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단편적인 시각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기계설비공사의 정밀성과 다양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원과 규제완화를 통해 건설경기 회복을 도모하고 기계설비업계의 부담을 경감시킬 방안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합니다.
중차대한 시기에 사실상 대통령이 부재한 현 우리나라 상황이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지 아쉽기만 합니다. 보다 현명한 선택으로 위기를 넘어 기회를 만들어줄 후보에게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