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데이터센터(DC) 기술과 산업트렌드를 공유하는 DC 전문전시회인 2025 데이터센터코리아가 8월13일~14일 aT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많은 DC기술 및 인프라 전문기업들의 부스전시와 함께 ‘AI시대의 DC기술’을 주제로 많은 컨퍼런스와 전문가교육이 이뤄졌다.
행사 첫째날인 8월13일 개최된 ‘SESSION 1: DC정책과 미래’ 컨퍼런스에는 △AI시대, 인프라정책의 전환점: DC정책, 다시 설계할 시간(맹영재 URED 대표) △DC 재생E 공급을 위한 국내 RE100 현황(최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Data Center for AI(모기진 한국HPE 전무) △2024~2025년 DC 설계동향 및 2026년 예상설계 트렌드(박배균 하이멕(HIMEC) 본부장) △한전 전력통신망 소개 및 협력모델(윤종현 한국전력공사 ICT기획처 인프라계획실 부장)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약 300여명의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AI시대 DC정책 및 기술, 인프라 등의 나아갈 방향과 지속가능성을 논의했다.
DC 정책전환 기로⋯ 정부·기업 합의점 찾아야
맹영재 URED 대표는 ‘AI시대, 인프라정책의 전환점: DC정책, 다시 설계할 시간’을 주제로 발표했다.
AI시대 핵심인프라로 자리잡은 DC는 최근 전력, 입지, 그리고 환경이라는 복합적인 과제와 함께 정책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맹영재 대표는 “정부는 전력수급 안정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된 DC를 분산시키려 하고 있으나 업계는 사업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수도권 선호를 고수하는 상황”이라며 “정책과 시장이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수도권집중을 경계하는 배경은 전력망문제가 있다. 전력발전소는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으나 전력소비는 수도권에 몰려 있어 이로 인한 송전과정의 손실과 부담이 크다. 부채가 1,200조원에 이른 한전의 구조적 문제도 이와 맞물려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지역에서 만든 전기는 지역에서 쓰자’는 원칙으로 DC의 지방이전을 유도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비수도권은 인프라와 수요측면에서 사업성이 부족하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AI확산이다. 생성형 AI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DC의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은 자체발전소 확보와 재생에너지 계약, 원전 재가동 참여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는 AI전용 DC에 혜택을 주려 하지만 기존 클라우드시설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와 함께 DC정책은 반도체산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 반도체의 1/4이 DC 수요처로 향하지만 국내는 메모리반도체에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 연산을 담당하는 비메모리분야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해 글로벌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맹 대표는 “전력소모가 큰 학습용 DC는 지방대형시설에 추론용 DC는 수도권중소형으로 배치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며 “DC를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포함시키고 인허가간소화와 전력인프라 지원 등 혜택을 통한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력인프라와 입지정책, 산업전략 등에서 정부와 업계가 얼마나 빠르게 합의점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한국이 AI시대 글로벌경쟁에서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 주도 한국형 RE100모델 구축 필요
최종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는 ‘DC 재생E 공급을 위한 국내 RE100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의 탈탄소전환이 본격화하면서 DC와 같은 전력다소비산업의 ‘재생에너지 100%(RE100)’ 달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불균형한 전력구조와 제약된 재생에너지 잠재량으로 RE100달성에 구조적 한계가 있으며 한국형 RE100모델 구축과 지자체 주도의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550TWh의 전력을 소비하며 세계 8위 전력 다소비국이다. 이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신규투자가 필요하다. 태양광의 단가가 크게 낮아지고 리튬인산철(LFP)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 가격도 급락하면서 기술여건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법적·제도적 걸림돌이 여전히 크다. 최종원 박사는 “도로이격거리, 문화재인접금지 등 규제 때문에 실제로 활용가능한 재생에너지 잠재부지는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송전망포화로 신규프로젝트가 막히는 경우도 빈번하다”라며 “지금처럼 대규모 송전을 가정하고서는 전력 3배 확대가 절대 불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자급형 ‘분산형 전원’ 체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 박사가 강조한 ‘지자체 중심모델’은 지방정부가 유휴부지를 활용해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지분을 보유한 공공주주로 참여해 민원과 인허가문제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지자체가 자본일부를 투자하지만 발전수익이 쌓이면 추가 단지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로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산업단지 입주 기업에는 안정된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제공한다.
최 박사는 “실제로 광주, 여수 등 일부 지역에서 협동조합 방식 발전단지가 시도되고 있다”라며 “지자체가 단순히 ‘2050년까지 RE100 달성’이라는 슬로건을 내거는 수준을 넘어 직접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냉식 냉각 설계⋯ AI산업 성패 좌우
모기진 한국HPE 전무는 ‘Data Center for AI’를 주제로 발표했다.
생성형 AI와 초거대언어모델(LLM)의 확산으로 DC의 에너지소비와 발열문제가 산업의 핵심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GPU기반 AI서버는 기존 CPU서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연산을 처리하지만 그만큼 막대한 전력소모와 열을 발생시킨다.
모기진 전무는 “DC의 냉각한계를 넘지 못하면 AI서비스 확산도 정체될 수 있다”라며 “새로운 냉각기반 설계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DC 냉각방식은 크게 공랭과 수랭으로 나뉜다. 공랭은 기존방식을 개선해 랙 하단에 전용 항온·항습 장치를 배치하거나 랙 후면에 리어도어 쿨링유닛을 설치해 뜨거운 공기를 직접 식히는 방식이다. 밀폐형 ‘쿨링아일(Cold Aisle Enclosure)’도 도입돼 랙 사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열을 국소적으로 차단하고 처리한다. 이 경우 40~50kW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에서는 소음, 전력 소모, 서버고장률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공급온도를 25~27°C로 높이면 팬소음이 90dB를 넘어 안전 기준을 초과하고 서버오류율도 30% 이상 급증한다.
결국 차세대 AI DC는 수랭(Liquid Cooling)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수랭은 공기대비 100배 이상의 열전달효율을 가진 물을 활용해 열을 직접 CPU·GPU 칩에서 제거한다. 대표적인 방식이 DLC(Direct Liquid Cooling)다. CPU·GPU 표면에 냉각수 유로를 붙여 열을 직접 흡수하고 나머지 부품의 열은 여전히 공기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구조다. 이 경우 DC 전력효율지수(PUE)는 1.1수준까지 낮아져 에너지절감 효과가 크다.
글로벌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랙당 300kW 이상을 수랭으로 처리하는 슈퍼컴퓨터급 AI DC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 시스템에서 90% 이상의 열이 수랭으로 제거된다.
모 전무는 “기존 공랭식 센터는 서버밀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에너지낭비와 운영비효율 문제를 가속시킬 수 있어 결국 냉각방식 혁신이 AI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수랭식 냉각기술과 장기적 전력설계, 표준화된 인프라 등이 함께 구축될 때 비로소 대규모 AI DC가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냉각효율·친환경성 동시 고려 설계 대세
박배균 하이멕 본부장은 ‘2024~2025년 DC 설계동향 및 2026년 예상설계 트렌드’를 주제로 발표했다.
AI GPU의 폭발적인 성능향상과 보급속도에 따라 DC설계 트렌드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랙(Rack) 단위 전력밀도가 전례없이 높아지는 가운데 2026년 이후의 설계패러다임은 ‘고밀도·고효율’을 키워드로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코로케이션(Colocation) 위주의 범용 DC 모델에서 벗어나 엔터프라이즈·AI·HPC(고성능컴퓨팅) 특화센터로 설계구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배균 본부장은 “지난 2년간 하이멕에서 수행한 설계 프로젝트를 보면 2022년에는 40MW급 하이퍼스케일 규모가 많았지만 2024~2025년에는 80MW 이상 초대형과 20MW 이하 중소형센터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시장이 양극화되는 추세”라며 “평균 데이터홀 면적은 약 5만㎡, 층고는 7.7~8m 수준이며, 랙 밀도는 평균 11.8kW로 점차 증가세를 보이며 특히 15~60kW급 고밀도 랙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냉각설계와 전력설비 업그레이드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냉각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수도배관망 한계로 여전히 공랭식이 많지만 지방분산형센터는 냉수식·수랭식 도입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냉수 공급온도는 보통 20°C, 복귀온도는 28°C, 델타T 8°C를 기준으로 설계되며 냉각탑 출구온도는 31.9°C까지 적용된 사례도 있다. 친환경냉매 전환도 진행 중으로 기존 R134a에서 HFO 계열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WUE(물이용효율)를 낮추기 위한 COC(농축배수회수율) 상향요구도 늘어나고 있어 냉각효율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가 대세가 되고 있다.
박 본부장은 “DC는 더 이상 하나의 표준모델로 설명할 수 없으며 앞으로 코로케이션 센터, 엔터프라이즈전용 센터, AI·HPC특화센터 등이 구분돼 설계될 것”이라며 “GPU 발전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플렉서블 설계, DLC기반 고밀도 냉각, 모듈형확장성, 지자체 및 친환경 규제 대응 등이 앞으로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한전 통신망, 네트워크 안전성·비용절감 강점
윤종현 한국전력공사 ICT기획처 인프라계획실 부장은 ‘한전 전력통신망 소개 및 협력모델’을 주제로 발표했다.
DC산업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전력망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통신인프라 확보 역시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가 보유한 자체통신망을 DC산업에 활용하면 통신대역 확보가 어려운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확장과정에서도 안정성과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종현 부장은 “한전의 통신망은 송전·변전설비와 함께 구축돼 있으며 전국 3만6,000km 이상의 광케이블과 15개 관제소, 7만회선 이상이 24시간 무중단으로 운영 중”이라며 “이는 민간 통신망대비 물리적 안정성과 보안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1980년대부터 전국에 광통신망을 구축해왔으며 송전철탑 최상단에 설치된 OPGW(광섬유복합가공지선) 등 안전성이 높은 망 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기간통신사업자 면허까지 취득해 법적으로도 민간과의 협력기반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한국전력망의 강점은 ‘경제성’이다. 통신사 임대망의 경우 구간별 수십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한전망을 이용하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국 공통 4km당 1만8,000원 수준으로 제공된다.
보안성과 관제역량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전은 국가 에너지기반시설을 관리하는 기관답게 24시간 보안관제를 운영하며 장애발생 시 즉시복구가 가능하다. 또한 모든 전력공급구간에 자체 광케이블이 따라다니는 구조로 안정성과 확장성 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
윤 부장은 “DC업계에서 네트워크 안정성과 비용절감이 최근 주력과제로 확대되고 있어 한전 통신망 활용은 DC인프라 경쟁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