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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린E 공급계획 수립 전제 시나리오 구체성 확보해야”
탄소중립 경로설정, 속도·강도·디테일 확보 ‘관건’

최근 탄소중립위원회(위원장 윤순진, 이하 탄중위) 녹색생활분과위원회(위원장 이명주, 이하 녹색위)는 산하 건물전문위원회를 건물도시국토전문위원회로 개편했다. 이는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 도시·국토차원의 해법모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승언 건물도시국토전문위원회 위원을 만나 우리나라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에 대해 들었다.

■ 국토교통 탄소중립로드맵 의미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은 정부는 2020년 12월 정부합동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를 통해 부처별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시키로 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2021년 10월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정책적 감축 목표, 당위성 관점의 선언적 내용이라면 이번 로드맵은 기술적 내용이 보강된 것이다. 

건물부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핵심수단에 대한 속도·강도·디테일 설정이 중요하다. 현재 제시된 국가 시나리오와 로드맵은 탄소중립 이행속도와 강도를 설정했지만 여전히 디테일 확보는 숙제로 남아 있다.

Net Zero를 목적으로 하는 탄소중립은 점진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기존 온실가스감축정책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의 다른 표현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 감축수단인 단열성능 향상, 설비효율 강화 이외에 화석연료 기반 열원의 완전퇴출, 무탄소 에너지공급망 확충 등 에너지공급과 연동된 구체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로드맵은 수요측면에서 대책을 제시했지만 에너지공급부문과 연계된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향후 보완될 필요가 있다.

■ E공급계획의 의미는
로드맵 실효성을 보강하기 위해 에너지공급 구체성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건물부문 탄소중립은 공급부문이 어떻게, 얼만큼 탄소중립적 에너지, 그린에너지를 건물에 제공할 수 있는가가 전제돼야 국가적 최적화·경제적 탄소중립 이행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부문 대책은 수요부문 조치사항만을 고민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며 공급·수요를 연결한 계획이나 그린에너지 공급에 대한 구체성은 우선순위에 밀려있다. 일각에서는 건물부문이 스스로 에너지자립을 달성하라는 개념을 제시하지만 모든 건물을 완전한 에너지자립건물로 만드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타당치 않다.

효과적인 대책은 에너지수요·공급 최적화에서 결정된다. 건물과 도시가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에너지를 공급망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때 건물부문은 얼만큼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전환부문 감축량이 2018년대비 44%이므로 단순화하면 전력 kW당 탄소 100을 배출하던 것을 56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탄소중립화된 에너지 44에서 얼마만큼을 건물 부문 감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쟁점이다. 국가 전력의 약 45∼48%를 건물 부문에서 소비하고 있다. 사용량의 비중 만을 본다면 2030년 전환부문 감축량의 약 45%가 건물 부문 감축이 되어야 한다.

정책적 약속으로서의 공급계획과 이를 이행하는 경로설정이 선행되면 건물부문에서 상향식의 구체적인 목표수립이 가능하며 경제적인 이행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 E공급계획 시 고려사항은
공급계획은 전기·열의 비율을 어떻게 최적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 전전(all-electric)화 건물이 화두지만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열이 발생하므로 이를 모두 버린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발전효율 70% 이상을 달성하려면 열의 유효이용이 필요하므로 전전화가 상당히 진전되더라도 열공급망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열공급시설은 수송비용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열생산시설은 수요처 가까이 위치할 필요가 있으며 분산형 개념으로 전기·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로컬생산시스템이 등장해야 한다. 이러한 로컬생산시스템계획이 그린에너지공급계획과 함께 고려된다면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마련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정책예고가 시그널로 작동해 시장을 움직일 것이다.

예컨대 에너지공급계획이 마련된 상태에서 시나리오 경로설정의 최적화를 통해 건물·도시의 탄소중립을 어느 정도 속도로 진행할지 정할 수 있다. 로컬관점의 전기·열 생산시스템계획을 감안해 탄소중립 시범도시를 지정하거나 전환부문의 속도를 고려해 건물부문 이행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건물부문이 당장 급하게 Net ZEB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미래시점에 무탄소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Net ZEB ready’ 개념으로 구축되는 것이 정책방향이 돼야 한다.

구체적인 공급방향과 목표에 대한 시그널이 없으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건물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에너지공급정책이 가급적 빠르게 논의되고 설정돼야 한다. 올해 상반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이어서 이러한 구체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 디테일을 강조했는데
탄소중립 계획의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3요소는 속도, 강도, 디테일이다. 이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토부 로드맵은 기존 정책기조의 틀 안에서 속도와 강도를 대폭 강화했다. 공동주택의 ZEB인증 5등급 의무화대상을 기존 2025년에서 공공은 2023년, 민간은 2024년으로 단축했으며 그린리모델링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으로 디테일 강화를 위해 어떻게 세부이행구조를 구체화하고 약 30년의 남은 시간 동안 어떤 속도와 강도로 갈 것인가에 대한 경로설계가 대단히 중요하다. 2030년까지 건물부문이 32.8%를 감축하고 2050년 탄소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에 대한 수단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고려할 사항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게 되며 이러한 요소를 해결해야만 원활한 정책·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퇴출을 위해 건물부문도 가스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나리오상 상업부문의 가스는 2050년에도 일부 남게 되나 궁극적으로 건물부문에서 가스보일러가 사라져야 하며 도시가스 중심의 열설비도 퇴출돼야 한다.

도시가스 퇴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적절한가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지만 이미 영국, 미국 등은 건물부문 가스퇴출을 시작했다. 전기차는 친환경 자동차로 권장되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건물은 아직 권장되지 않으며 주택의 경우 누진요금제에 의해 전력사용은 오히려 억제되는 상황이다. 히트펌프를 이용한 난방은 난방효율을 2~3배 높일 수 있지만 전력공급체계와 전기요금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제대로 보급되기 어렵다.

이러한 디테일을 해소하지 않으면 큰 틀에서 건물부문 32.8% 감축이 가능해 보였어도 어느 시점에서는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단열강화, 설비효율강화 등 수요측면의 대책만으로는 목표달성이 어려우며 포괄적인 계획과 수단별 디테일이 하나의 논리로 연결·결합해 정책으로 나와야 시장을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 실효적인 계획수립을 위해서는
각 분야를 아울러 포괄적으로 볼 수 있는 전문가 또는 전문성 있는 집단에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 가능할 것이다.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등 각 분야를 관장하는 정부부처들은 조직특성상 다른 영역에 관여하기 어렵다. 이는 구조적 한계로서 마냥 비판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누군가 사명감만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현재는 탄중위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이러한 포괄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탄중위는 목표와 임무를 부여하는 기구이지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지는 않는다.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높이고 강도를 강화하며 디테일을 정립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책임을 가진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