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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헌정 국토교통부 정책기획관

“데이터 기반 탄소중립, 새로운 정책개발 ‘시발점’”
탄소중립 목표기반 ‘혁신기회’ 찾아야…시행착오 감수 필요

국토교통부(장관 노형욱)는 지난해 12월23일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 건물·수송부문의 목표달성을 위한 감축전략과 세부이행방안을 담은 것으로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 미래전략일자리담당관이 수립을 총괄했다. 이번 로드맵 수립을 총괄담당한 김헌정 국토부 정책기획관을 만나 로드맵의 의미와 주안점에 대해 들었다. 

■ 로드맵 수립배경은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12월 정부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2021년 내 각 분야별 로드맵을 마련키로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에서 2030 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잇달아 발표했고 이번 로드맵은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구체적 실행계획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로드맵은 비법정계획으로서 국가차원의 탄소중립 선언과 NDC를 통해 구체적인 목표를 국내·외에 선포한 뒤 처음으로 만들어진 계획으로서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한 청사진 역할을 하게 된다. 오는 3월25일 시행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수립해야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밑그림이다.

조만간 탄중위 주도로 기본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며 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한다. 이번 로드맵을 바탕으로 국토부가 소관분야 이행계획을 마련하면 탄중위는 이를 기초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 로드맵 수립과정의 이슈사항은
국토부는 부동산, 모빌리티, 건설안전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현안이 많다보니 온실가스를 저감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고 있었으나 실제 해당분야 연구나 검토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예를 들면 건물분야의 경우 제로에너지빌딩(ZEB), 그린리모델링(GR) 등 그간 탄소중립정책에 깊이 관여하며 지식, 경험, 데이터를 비롯한 정책수단을 많이 보유한 부서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부서도 더러 있었다.

이번 로드맵 작업을 통해 국토부 자체적으로도 많은 학습이 됐다. 탄소중립 관련지식의 공유, 공감대 형성이 이전보다 상당히 큰 폭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실제 정책수행자들의 공감과 전문성이 중요한데 이번 기회를 통해 관련지식과 경험을 폭넓게 공유함으로써 국토부의 탄소중립관련 정책수준이 향상됐으며 이러한 점이 향후 기본계획 수립 시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 탄소중립관련 업무범위는
2030 NDC,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크게 △전환 △산업 △건물 △수송 △폐기물 △농축수산 등 6개 주요 배출영역과 △흡수원 △CCUS △국외감축 등 3개 흡수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중 국토부 소관은 배출영역의 건물, 수송과 흡수영역에서 흡수원 중 정주지흡수원 부분, 국외감축사업 일부 등이다. 

건물과 수송부문은 대응전략을 세분화하고 추가적인 고려사항 발굴 및 변화된 사회상 반영 등 작업을 추진했으며, 그간 고려되지 않던 국토·도시 내 흡수원의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사항을 담았다. 국외감축부문은 탄중위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이중 국토부가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몇 가지 후보사업을 발굴해 외국정부와 협정·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국가에서 사업수행 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성과일부를 우리나라가 인정받는 형태다.

■ 이번 로드맵의 주안점은
국토교통분야는 데이터기반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국가 온실가스 통계 인벤토리를 보완하고 보다 의미있는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시각의 정책개발을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한다. 이러한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해 이번 로드맵의 핵심내용으로 반영됐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주로 에너지소비량을 바탕으로 작성되며 건물부문에서는 전기, 가스, 열공급 등 통계를 기초자료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다보니 데이터를 실제 활용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통계는 1~2년 뒤에나 확정되며 지역적으로도 충분이 구분되지 않는 점이 있다.

건물 1단위를 ZEB나 GR로 개선한다거나 도시를 에너지효율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이러한 부분이 탄소를 정량적으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적용 후 얼마나 줄인 것인지는 정확한 계측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탄소중립의 체계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ZEB, GR에 대한 이력관리가 필요한데 현재 운영 중인 세움터나 국가에너지통합관리시스템 등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 건물에너지 이력관리를 위한 정보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지속해나가고 그러한 정책이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으려면 정확한 데이터기반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부처 담당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이러한 데이터 기반조성은 특성상 단기간에 완료할 수 없다.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관리해야 한다.

■ 탄소중립 관련 데이터 활용방안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현재는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를 거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부터 시행한 ‘알뜰교통카드’는 이용자가 대중교통 활성화에 기여한 성과를 수치로 확인케 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앱에 가입한 사용자는 대중교통 이용 시 보행·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한 마일리지를 지급받아 대중교통비의 최대 30%를 절감할 수 있어 매년 예산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이용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며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성과, 혜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 개발해 후속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물 온실가스 표준베이스라인 활용도 그러한 성격의 아이디어다. 

건물 온실가스 표준베이스라인은 건축물 에너지·온실가스 정보체계 데이터베이스(DB) 정보를 분석해 기후, 전용면적, 준공연도, 난방방식에 따라 건축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을 유형으로 구분, 표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표준베이스라인을 활용해 그 이하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배출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면 국민들의 동참을 더 원활하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인식개선과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두면 자연스럽게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흡수원 개념이 반영됐는데
건물, 수송에 해당하는 국토교통분야의 탄소중립 업무영역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정주지흡수원에 대해서는 그간 UN에 보고되지 않는 등 관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흡수원은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에 LULUCF(토지이용, 토이지용 변화 및 임업) 개념이 반영돼 △산림 △농지 △초지 △습지 △주거지(정주지) △기타 등 6개의 세부분야가 있다.

우리나라는 도시 내 녹지·조경·수목 등을 잘 구비하고 있으나 이들을 흡수통계에 반영하는 유럽과 달리 그동안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통계를 산정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3년 전부터 이러한 정주지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R&D를 추진해왔으며 2024년부터 UN 프로토콜에 따라 통계를 작성하고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로드맵에 관련 내용이 포함됐으며 정주지 흡수계수 산출과 이를 토대로 도시·공간계획에 과학적인 탄소중립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 지표개발에 방점을 뒀다.

도시공간 내 흡수원의 흡수량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상쇄할 정도로 크진 않지만 전문가들은 통계적 정합성 제고를 위해 반드시 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흡수량에 대한 신뢰성 있는 지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온실가스감축 외부사업 방법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의미가 크다.

■ 2050년 탄소중립 달성가능성은
가능성에만 매몰하게 되면 현재 사회·경제‧기술적 제약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탄소중립정책을 추진하기도 전에 가능여부를 따지기보다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취해온 패스트팔로워(fast-follower) 전략 대신 앞으로 퍼스트무버(first-mover) 전략으로 전환하는 만큼 기존보다 시행착오를 더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에 대해 보다 관대해지고 보다 대담하게 도전할 필요가 있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더욱 훌륭한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져야 동참하는 학계·연구기관·민간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반을 만드는 향후 5년이 매우 중요하다. 탄탄한 기반을 만들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