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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범 한국폴리우레탄학회 회장(경기대 교수)

“우레탄 품질관리 급선무”
위험공정관리·불량관리, 화재예방 핵심

한국폴리우레탄학회(회장 김상범)는 2004년 폴리우레탄학계를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로 창립돼 2006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됐다. 국내 대부분의 폴리우레탄 생산기업과 연구·교육에 관여하는 학계인사들이 가입돼있다. 우레탄학회는 연구개발·학술활동 및 연례포럼·기술강습회 등 기술발전·보급을 주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이천 냉동·냉장창고 화재사고와 관련 김상범 회장(경기대 교수)이 제3차 합동감식에 참여해 화재원인 분석에 자문하고 있다.

김상범 회장을 만나 이번 화재사고에서 우레탄관련 의혹과 신빙성에 대해 들었다.

■ 우레탄 스프레이 유증기 성질은
우레탄 스프레이폼 뿜칠작업 시 가스가 발생하는 것은 맞다. 작업 시 발포제로 HCFC-141b를 사용한다. 스프레이 파스를 몸에 뿌리면 에어로졸형태로 나가면서 일부가 몸에 묻지 않고 공기 중에 떠돈다. 마찬가지로 141b는 뿜칠과정에서 약 3%가 증기상태로 남기 때문에 유증기로 볼 수 있다.

다만 141b는 비중이 공기의 4배 정도여서 떠있지 않고 가라앉는다. 또한 착화성이 시너, 휘발유처럼 강하지 않다. 즉 기화돼서 천장에 불이 순식간에 붙게하는 성질은 없다.

학계에는 141b의 최소 폭발농도가 적게는 5.5%에서 많게는 7.7%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기 중에 5% 이상의 141b가 있다면 숨쉬기 힘든 수준이다. 완전밀폐실에서 장시간 작업한다면 그정도 농도가 가능할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렵다.

공사 중 화재사고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용접불꽃이 유기질 단열재에 닿아 연소되면서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141b 유증기에 의해 불이 붙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고 불가능하다는 소견이다.

만약 141b가 쉽게 불이 붙을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라면 많은 공장에서 141b를 쓸 때 방폭설비를 해야하지만 법적으로도 규제하고 있지도 않고 필요성도 없으며 불이 난 사례도 없다.

■ 이번 화재현장 조건은
3차 합동감식에 참여해 현장을 다녀왔다. 지상 4층, 지하 2층, 연면적 1만1,043㎡ 현장이었으며 지하 2층 바닥면적은 1,800㎡에 달하는 매우 큰 공간이었다. 이러한 공간에 5% 이상의 141b를 뿜칠작업만으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재발생 열흘 전 지하 2층에 뿜칠작업은 모두 끝난 상태였다. 당일 지하 1층, 지상 3층에 소규모 스프레이 작업이 있었지만 이정도로는 1%도 채우기 힘들었을 것이다.

■ 우레탄이 장작 역할을 했나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는 우레탄을 화재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장작역할은 맞다. 냉동창고이기 때문에 탈 수 있는 물질이 많지 않다. 유기물로는 우레탄이 가장 많았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질폴리우레탄보드 중 PIR(폴리이소시아누레이트) 단열재는 자기소화성(스스로 불이 꺼지는 성질)과 난연성이 유기질 단열재 중에서는 좋은 편에 속한다. 시험실에서 육안시험을 위해 토치로 불을 붙여보면 가열하는 시간동안에는 타다가 토치를 떼면 바로 꺼진다. 용접 시 불꽃이 지속적으로 튀면 타지만 용접이 중단되면 꺼진다.

다만 큰 불일 경우는 장작역할을 하게된다. 모닥불을 지필 때도 큰 장작에는 바로 불이 붙이 않으니 나뭇가지나 거스러미로 불을 내고 장작을 얹는 것과 같은 원리다.

화재당시 사진을 보니 불길이 그정도로 퍼지면 타지 않기 어렵다. 초기에 어떻게 불길이 커졌는지 원인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 피해를 키운 원인은
초기에 모종의 원인으로 큰불이 났고 그것에 우레탄이 버티지 못하고 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우레탄 마감공정이 이뤄지지 않은 당시 작업상황이다. 통상 우레탄 스프레이폼 단열재시공은 뿜칠작업 이후 화재안전을 위한 표면코팅으로 마무리한다. 800℃까지 견딜 수 있는 돌가루를 발포시킨 펄라이트로 표면을 덮는 것이다.

물론 화재가 절정에 다다르면 수천℃를 넘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발화, 화재확산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어 화재발생 확률을 낮추거나 대피시간을 늘릴 수 있다.

이번 현장에서는 우레탄 뿜칠작업 완료 후 코팅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용접작업을 함으로써 발생한 화재가 비교적 쉽게 우레탄을 태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을 관리해 코팅작업까지 완료 후 용접작업을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일단 우레탄이 타기 시작하면 인명피해를 막기 어렵다. 우레탄이어서라기보다 유기물 자체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는 가구, 가전 등 실내 모든 물질도 마찬가지다. 불완전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그을음과 일산화탄소(CO), 아크로레인(CH₂) 등으로 질식하는 것이 직접사인이다.

우레탄에서만 나오는 시안화수소(HCN)의 경우에도 직접사인은 아니다. 다른 유기물 단열재에서 나오지 않는 물질이지만 사람을 사망케할 정도로 많은 양이 나오지 않는다.



■ 유력한 화재원인은
용접작업에 의한 훈소(燻燒: 불꽃없이 타는 연소) 가능성이 있다. 이것도 발화지점과 용접지점이 멀어 가능할지 확답할 수 없지만 그나마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한다.

당일 용접작업이 있었다. 용접불꽃 온도는 최대 3,000℃까지 올라가며 용접불티는 쇠가 달궈진 것이기 때문에 30초 이상, 많게는 수 분간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우레탄폼에 닿으면 불꽃없이 단열재를 뚫고 들어가기도 한다. 불꽃이라면 자기소화성이 있어 꺼지겠지만 훈소는 열이기 때문에 어쩌지 못한다.

달궈진 숯도 불씨가 없는 듯 보이지만 입김을 불면 불이 일어나는 것처럼 단열재 속에서 훈소가 진행되다 밖으로 노출되며 과량의 산소를 만나 불이 일고 코팅되지 않은 우레탄이 장작으로 작용했다면 화재가 크게 번질 수 있다.

다만 용접지점과 발화지점의 직선거리가 30m다. 작은 불티가 천장과 벽면을 타고 30m 이상 이동해 갔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지는 실험이 필요해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불량제품 가능성도 있는데
우레탄관련 협·단체에서 우레탄제품의 화재안전성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모습을 보면 피해가 예상보다 컸다.

업계가 당면한 과제는 기술개발보다도 제대로된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자각이다. 시험성적서와 다른 제품이 납품되는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이 나왔던 이야기다. 테스트용 샘플제품과 납품제품의 물성이 전혀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 화재사고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시장신뢰를 잃은 상황에서는 시공현장의 화재사고 때마다 이와 같은 비판이 이어질 수 있다. 우레탄업계는 난연성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함께 전반적인 시장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