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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란다] 최창호 한국그린빌딩협의회 회장

“국가 주도 통합 저탄소 GR
실사용량기반 탄소평가 필요”

한국그린빌딩협의회(KGBC)는 1997년 그린빌딩연구회를 모태로 2000년 협의회로 창립됐습니다. 지난 27년간 그린빌딩분야 산·학·연전문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술활동을 펼쳐왔으며 그린빌딩과 연관된 도시 및 건축, 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소통함으로써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그린빌딩분야 미래비전을 제시해 왔습니다. 또한 2012년부터 친환경건축물(현 G-SEED) 인증기관으로 지정돼 대한민국 탄소중립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KGBC는 World GBC(WGBC)의 회원기관으로서 그린빌딩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익 사단법인입니다. 또한 각국의 그린빌딩시장을 대표하는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 영국의 BRE, 아시아의 WGBC Asia Pacific Network에 속한 18개국의 회원기관들과 활발한 국제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친환경 건축물 인증기준과 각국의 그린빌딩 산업 및 기술개발 현황을 공유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KGBC의 주요활동으로는 웹진발행을 통한 회원 간 활동 및 정보교류, 월례포럼 개최를 통한 새로운 정보교류와 친목도모의 장 마련 등이 있습니다. 매년 그린빌딩의 날 행사를 기획해 최신 그린빌딩 아젠다를 제시하며 회원 상호 간 친목도모 및 기술정보 제공을 위한 특강이나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나 공공기관, 연구소 및 대학, 산업체 등에서 그린빌딩산업 활성화 및 기술보급 및 정책개발에 크게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기업), 건물을 대상으로 그린빌딩 어워드를 시상해 그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그린빌딩 이미지 제고 및 대학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 대학생들이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건축환경과 친환경 설비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건축 친환경설비 기술공모전을 개최해 미래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건축환경과 건축설비에 관한 대학교재를 개발하며 대한민국의 친환경 건축분야 역사를 정리한 히스토리북을 제작해 지식축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입양자, 미혼모, 저소득 가정에 대한 생필품 지원, 주거개선 사업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GR활성화·탄소시장거래 촉진 필요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으며 매년 신축건물의 수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분야 에너지사용량 절감을 위해서는 그린리모델링(GR)을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초기투자비용 부담으로 건물주들은 GR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노후건물이 에너지 다소비형 건물로 방치돼 있습니다.

 

유럽 몇몇 국가에서는 각 건물의 에너지사용 현황을 진단하며 GR 적용 시 매년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절감 비용을 분석하는 GR전략 수립컨설팅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진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건물주에게 GR 필요성을 알리고 금융지원 전략을 지자체에서 마련하는 통합 저탄소 GR사업이 확대돼야 합니다.

 

또한 건물탄소 절감과 관련 현행 ESCO(Energy Service Company)사업을 CERCO(Carbon Emission Reduction Company)사업으로 확장 개편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 ESCO사업은 조명, 냉난방설비, 절전기기 등에 한정돼 초기투자비를 선 지원하고 에너지절감에 따른 에너지비용 차액을 장기에 걸쳐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KGBC는 이를 건물 GR사업으로 확대해 GR투자에 선 지원하고 기존 에너지비용 차액으로 장기적으로 회수하는 동일한 구조를 적용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국가 저탄소 기본계획 건물부문의 핵심전략인 GR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사업의 투자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현행 발전사업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확대해 CERCO사업을 통해 절감된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량을 구매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GR사업의 투자매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신재생에너지 판매와 같은 시장거래 방식을 통해 발전사업자-민간 탄소거래제도를 선행해 추후 민간-민간의 탄소배출권 거래체계를 사전에 준비하는 다중의 정책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기후대별, 건물유형별, 건물규모별 표준모델을 지정하고 5년 단위로 추적관리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의 경우 기후대별, 건물유형별, 건물규모별 표준건물을 선정하고 5년마다 미국 전역에서 3,000채의 건물을 선별해 실제 측정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사용량을 추적 및 분석해 표준건물로 지정합니다. 표준모델을 기본으로 실측대상 건축물의 에너지절감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에너지해석모델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를 통해 실제상황과 같은 수준의 건물에너지관리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선진사례를 참고해 보다 정교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건물 탄소배출 절감량 및 에너지사용량 평가를 시뮬레이션 기반에서 실사용량 기반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현재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과 녹색건축인증은 실시설계도서를 평가하는 예비인증과 실제 준공건축물을 평가하는 본인증으로 두 차례 진행됩니다. 하지만 실제 준공건축물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 조건을 현장확인하는 것까지만 이뤄지고 있어 엄밀한 의미에서의 에너지실사용량 기반 평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에너지법 179D 조항의 에너지효율 건축물 감세조항은 국가보조금을 획득하기 위해 최소 2년간 실제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을 평가해 보조금 지급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실사용량 평가법은 탄소배출량 산정 및 절감 탄소배출량의 시장거래를 촉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KGBC는 동적에너지성능평가로의 전환과 에너지성능평가도구 개발 IT시장 구축을 제안합니다. 건물 주변 기후조건의 변화, 재실자 수와 기기운전조건의 변화에 따라 건물 에너지 사용량 예측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후대별 기후조건, 건물사용조건을 표준화해 적용했을 경우 건물이 향후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지 검토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에너지재단에서 제공하는 ECO2-EP 프로그램을 사용해 에너지평가를 하고 있으며 이는 무료로 제공됩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ISO 17900 원칙에 따라 에너지평가를 하도록 개발됐으나 민간에서 본 프로그램을 활용한 IT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유럽, 미국의 경우 에너지평가를 하는 기준 원칙을 제정하고 민간에서 다양하게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예측 값이 실제 실험실 주변 환경변화를 잘 모사해 그 오차가 허용범위에 있는 경우 인증을 해 주고 있어 저탄소건축 관련 IT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소스코드가 공개되지 않은 국가 공인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해야 하므로 민간 IT산업 발생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Energy Plus라는 국가 공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모든 소스코드를 공개해 최근 개발되는 다양한 디지털 디자인 도구(라이노 등의 파라미터기반 형상설계 도구 및 유전자 알고리즘 등을 활용한 최적화 연구)와 연동돼 건물에너지 예측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국 생산 소프트웨어만을 고집하고 확장성을 갖추지 않아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는 일본 건물에너지 관련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건물에너지 예측기술의 보편적 정보 공개, 신규 민간개발 도구의 인증체계 구축 등 인프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건물일체형 태양광패널(BIPV) 지원강화가 필요합니다. 중국의 대량생산에 의한 산업생태계 점유 및 독과점체계 구축을 위한 한시적 상황으로 우려되기도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태양광발전을 위한 태양광모듈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했습니다. 2024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발전량 중 태양광 점유율은 6.7%를 넘어섰으며 1kW당 발전 단가가 2025년을 기점으로 석유보다 더 저렴한 발전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농경지 등에서의 대규모 태양광 설치로 인한 생태계부담 우려 등을 고려하면 도시화율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소비지 인근도시에서의 태양광 발전량 증대는 필수적입니다.

 

과거 태양광발전사업자에 대한 고정비용 환급제도인 FIT가 시행됐을 때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은 일반 평판형 태양광발전의 2배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획득할 수 있으며 경제성이 확보돼 우수한 품질의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을 위한 설계, 제품생산, 설치 및 유지관리 등 산업이 매우 활발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태양광 보조금을 시장원리에 맞춰 운용함에 따라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산업은 심각하게 타격을 받아 거의 고사 직전에 있습니다. 미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다시금 필요합니다.

 

건축은 에너지·환경정책의 실현기반이며 기술력은 곧 국가경쟁력입니다. KGBC는 새 정부의 정책에 완화가 아닌 정교한 설계를 통해 관련산업을 살리고 전문가중심의 품질혁신정책으로 선진국형 지속가능 건축체계와 엔지니어링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KGBC의 제언들이 새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그린빌딩산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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