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류학회는 1991년 창립돼 우리나라 물류학문과 산업발전을 선도해온 대표적 학술단체입니다. 매년 춘계, 하계, 동계 등 3회의 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하계학술대회는 국제행사로 진행됩니다. 동계학술대회는 정책포럼과 함께 국토교통부장관상(우수논문상) 및 물류인대상 시상 등 학문적 권위와 공공성을 겸비한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물류학회는 그간 물류산업의 지식기반을 구축하고 국가 물류정책 수립 과정에서 학문적 견지의 정책제안을 지속해 왔으며 산·학·연 협력기반을 확충해 물류의 학술화, 산업화, 정책화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왔습니다. 학술지와 학술대회를 통해 3,000여편의 논문과 정책제안을 생산하며 대한민국 물류학문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균형잡힌 글로벌공급망 전략 필요
대한민국 물류산업은 지금 전례없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급변한 글로벌 공급망환경, 미국 중심의 리쇼어링 및 프렌드쇼어링 전략,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AI와 디지털기술 확산 등 복합적인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계 무역질서가 블록화되는 가운데 단순한 특정국가 중심의 공급망 편승은 오히려 최적화된 물류흐름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자간 협업기반의 공급망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내 핵심기술과 부품, 서비스 자립도를 높이는 전략적 균형이 요구됩니다.
국내 물류산업은 디지털전환의 급진전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인프라 환경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드론 배송 등 신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지만 데이터표준화, 보안체계, 시스템 연계성 확보를 위한 종합적 로드맵이 부재하며 관련 규제는 혁신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플랫폼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모델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법·제도적 대응은 지연되고 있으며 전문성과 현장성을 겸비한 인재부족도 심각한 과제입니다. AI·ICT 융합형 물류인재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대학교육과 산업수요 간 미스매치가 지속되고 있으며 현장기반 실무형 교육체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산·학·연 협력기반의 직무 맞춤형 교육과정 및 재교육 체계구축이 절실합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과 ESG경영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면서 물류산업 역시 저탄소전환과 지속가능성 강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친환경 물류장비 도입이나 그린 인프라구축에 대한 기업의 부담이 적지 않으며 정책적 인센티브와 금융지원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차기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물류산업의 정책·제도적 문제로는 복합물류체계 구축 미비, 이종 운송수단간 연계 부족, 비효율적 이중규제, 도심 내 라스트마일 물류에 대한 현실과 괴리된 환경규제, 부처간 연계부족으로 인한 정책집행 일관성 결여, 플랫폼기반 물류기업의 제도적 공백, 디지털물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술개발·인프라 확충·데이터 표준화의 통합 부재 등이 지적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제도보완이 아니라 범정부적 통합전략과 실천로드맵을 통해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입니다.
또한 단순 예산지원을 넘어 정책기획부터 실행, 평가까지 민간전문가와 학계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개방형 정책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물류R&D 과제나 정책사업 기획·선정 과정에서 민간 학술단체, 산업계,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정례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정합성과 현장적합성을 높여야 하며 신기술기반 물류인프라 개발에 있어 인허가 절차 간소화,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혁신적 환경조성이 필요합니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책금융 확대, 세제 인센티브 강화, 스마트 터미널·디지털화 설비 등 장기 투자분야에 대한 정부보증과 금융지원, 스타트업 및 플랫폼기업에 대한 초기자금 지원과 창업보육센터 구축, 산학 맞춤형 교육과정 지원, 친환경장비 도입에 대한 보조금 확대와 감가상각 혜택 등 과감하고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글로벌공급망이 팬데믹, 지정학적 긴장, 디지털전환이라는 복합적 충격 속에서 재편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다자간 협력과 실질적 경쟁력을 고려한 균형잡힌 공급망전략이 필요합니다. 물류는 국가경제를 순환시키는 혈관이자 국민 삶의 품질을 지탱하는 동맥입니다. 물류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AI기반 디지털혁신·탄소중립 전환·글로벌 가치사슬 내 협력전략이라는 세 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물류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류학회는 앞으로도 학문과 산업의 가교로서 정책제안, 현장연계 연구, 국제협력 네트워크 강화에 매진하며 새 정부의 동반자로서 실질적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