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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란다] 정재원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 회장(한양대 교수)

“건축친환경설비, ZEB·GR 시대의 핵심축
제도 정비·전문인력 양성 시급”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는 2007년 설립된 비영리 학술단체로 올해 설립 18주년을 맞이했다. 건축환경 및 설비분야 기술발전과 제도개선을 통해 관련분야 학술발전을 도모하고 관련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건축설비기술 개발과 보급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친환경설비학회는 건축환경 및 설비분야 기술발전과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 및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매년 3월 기술강습회와 11월 추계학술발표대회를 통해 학회 회원들의 학술적 성과를 대외적으로 발표하고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해마다 전국의 건축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축친환경설비기술공모전을 개최해 관련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건축환경 및 설비분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으며 매년 학회 차원에서 관련 업계와 기술현장에서 시급하게 요구되는 기준·표준 제정사업을 수행해 핵심 요소기술들의 상용화와 표준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회활동의 국제화를 위해 미국 공기조화냉동공학회(ASHRAE) 한국지회를 산하기관으로 설치해 북미 및 동아시아 지역 ASHRAE 지회들과 적극적인 국제교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건축친환경설비학회 설립이후 지속돼 온 핵심과제는 건물분야에 요구되는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배출저감 목표를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해법을 연구개발과 국제협력을 통해 제시하고 우수인재를 양성하며 관련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교류와 기술지원을 통해 해당 산업분야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ZEB·GR제도, 해석툴 다변화 및 전문가 책임체계 도입 시급


국가차원에서의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배출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물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및 그린리모델링(GR) 정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새로운 친환경 건축설비 기술들이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해 적용될 수 있도록 시급하지 않은 규제와 검·인증들을 선별해 면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건축물의 에너지성능과 에너지자립율을 높이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기술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거처야 하는 각종 절차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의 관련 기술기업들은 시장진출 전에 고사 되거나 중국 등 비슷한 기술을 확보한 경쟁국가들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초기 시장확보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건축친환경설비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우수인재들의 유입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존 건설산업의 생태계에 몇 가지 큰 변화가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시급하게 차기 정부에서 반드시 반영해야 할 정책은 건축설비분야 분리발주 정책이다.


건축설비 및 친환경 시스템은 현재 전체 건축부문 공사비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ZEB가 의무화 되면서 조만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오늘날 건축설비 및 친환경시스템은 건축물의 경제성과 실질적인 가치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핵심요소가 됐음에도 분리발주가 되지 않고 타 공종에 종속돼 전문성과 중요성에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기업들은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수인재 유치 어려움 및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능력도 갖기 어려운 실정이다.

 

건축환경 및 설비분야에서 정부와 협력강화와 규제개선 측면에서 바라는 것은 ZEB인증 및 GR관련 제도운영 측면의 개선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ZEB인증제도와 GR관련제도에서는 정부에서 인정한 하나의 건물에너지해석 프로그램만을 이용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매우 큰 위험요소이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도출된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된다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관련 제도운영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또한 국내·외 관련시장에 등장해 새롭게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는 신기술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신속하게 반영되지 못할 경우 해당 프로그램만을 사용하여 운영되는 인증제도가 오히려 관련 산업분야의 발전과 성장, 나아가 신기술개발에 대한 동력과 우수인재 유입, 국제경쟁력 확보를 방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ZEB인증 및 GR관련제도에 사용되는 건물에너지 해석프로그램을 국내·외에서 정확도와 신뢰도가 인정된 다양한 최신 건물에너지 해석 프로그램들 중 해당건물에 적용된 시스템 해석이 가능한 툴인 경우 관련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해석결과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전문가를 통해 담보해야 한다. 건물에너지 해석도구를 사용하는 건물에너지 해석 및 시뮬레이션 전문가들의 자격제도를 기술사 수준으로 신설해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가 수행한 에너지해석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현재의 ZEB인증 및 GR정책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선진화된 방안이다.

 

친환경설비 고도화, 전문인력 양성 및 제도정비 시급


현재 친환경 건축설비분야에서 핵심이 되고 있는 ZEB, GR,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최적제어 등을 구현하는 데에는 다양하고 고도화된 복잡한 액티브 및 패시브 시스템들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들 시스템의 제어 및 작동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도가 매우 높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각 대학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관련분야의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새롭게 교수들을 확보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보완해 왔으며 핵심 요소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과제들을 발굴하고 수행하면서 핵심 고급인력들을 적극적으로 배출해왔다. 배출된 고급인력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성장하면서 관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방안 중 하나는 건물에너지 해석 및 시뮬레이션 전문가 자격제도를 기술사 수준으로 신설하는 것이다.


현재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기술을 포함한 다양하고 고도로 복잡한 액티브 및 패시브 시스템들과 이들의 제어 및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아니라면 이러한 시스템들이 적용된 건축물의 정확한 에너지 성능예측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에너지해석 및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전문가의 자격을 규정하고 관리하는 제도로 미국의 BEMP(Builiding Energy Modeling Professional) 자격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신속하게 관련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가 수행한 해석결과가 실제 건물의 운영단계와 비교할 때 허용 오차범위 내에서 부합하는 높은 신뢰도를 책임지도록 해 ZEB인증 및 GR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적 효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만 친환경건축설비분야 고급인력 양성과 우수인재의 지속적인 유입이 가능할 것이다.


건축물에 적용되는 친환경설비시스템의 설계 및 해석 역시 건축구조설계 및 해석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구조설계 및 해석을 담당하는 건축구조기술사가 누구냐에 따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구조설계안들이 도출되고 동일한 구조성능을 가지면서도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건축친환경설비시스템도 설계와 해석을 담당하는 전문가에 따라 다양하면서도 우수한 에너지성능 및 경제성을 갖춘 창의적이고 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될 수 있다.


새로운 정부는 건축친환경설비분야가 타 공종에 종속된 것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구조, 소방, 전기분야와 마찬가지로 독립성을 인정받아야 할 고도의 전문분야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의 강화와 우수인재 유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기를 기원한다.

 

친환경설비, 건축기술 융합 최전선


오늘날 인공지능, 정보통신, 에너지분야 기술발전은 따라가기 숨 가쁠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건축분야에서 이들 기술들이 가장 먼저 융합되는 곳이 건축친환경설비분야이다. 그만큼 이 분야는 건축분야 중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고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높은 수용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수십년간 변화가 거의 없었던 기존 건축산업의 생태계는 건축친환경설비분야의 빠른 변화와 성장을 수용하는데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기존 정책 및 제도 역시 이 분야의 빠른 변화를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기존정부들과 달리 건축친환경설비분야와 관련 산업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포용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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