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설비설계협회는 건축물의 냉난방 및 기계설비 설계·감리 업무와 관련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산업 발전과 건물 규모 증대, 코로나19 등 실내 공기질 중요성과 함께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를 억제하기 위한 저탄소, 저에너지 건축물설계 등 건물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이 크게 증대됨에 따라 기계설비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계설비, 국민건강·산업발전 핵심
기계설비설계는 국민 건강과 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러나 현재 기계설비는 건축에서 분리된 전기설비나 소방설비와는 달리 건축 분야의 하도급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적정한 용역대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기계설비 기술산업 발전에 어려움이 큽니다. 이로 인해 기계설비설계 품질이 크게 떨어지게 돼 결국 건축물이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에너지가 낭비되는 등 국민과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건축사로부터 소방설비나 전기설비처럼 건축주한테 직접 용역을 받을 수 있는 ‘기계설비 설계용역 분리발주’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한 기계설비법 개정이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설계용역 발주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개선해야 할 당위성의 한 사례로 설계공모에 기계설비분야 심의위원이 참여하지도 않고 기계설비 설계심의 내용도 거의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공모에 당선된 건축사에게 기계설비설계권이 주어집니다. 이 설계권을 가지고 설비설계사들끼리 최저가 경쟁입찰을 시켜서 중간마진을 취합니다. 건축사들이 기계설비설계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주장하는 논리는 건축사와 협력설계사가 원활하게 설계를 수행해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 협력사들이기에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실상은 건축사가 중간마진을 취하는 매력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 건설시장의 하도급 입찰방식도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민간분야 건설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최저가 입찰방식에 따라 건축물의 품질이 떨어져 △구조적 안정성 △하자발생 △소방성능 확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민간 건설업도 최소 품질 확보를 위한 입찰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또한 기계설비설계는 에너지효율 향상, 탄소저감기술을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통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특히 고효율 공조시스템, 신재생에너지 기반 설비, 에너지회수기술이 필수적이며 이는 결국 엔지니어링사의 역량 강화가 선결 조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유능한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정당한 엔지니어링 대가와 함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 활성화와 맞춤형 교육과정, 정부의 기술 훈련 지원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강국, 기술대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자가 우대받고 기술(엔지니어링)회사들이 적정한 대가를 받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사회적으로 기계설비분야가 일도 어렵고 제대로 대우도 못 받는다고 하니 기계설비 관련 대학 학과가 다른 학과로 변경되거나 통폐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결과로 기계설비 관련학과 졸업생들이 줄어들고 설비분야로 진출을 꺼려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곧 국가 산업 전반의 기술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특정업계의 이익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기술중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기계설비설계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 및 정책적 지원을 간곡히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