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글로벌 탑티어 공조 및 에너지솔루션기업 성장이 목표다. LG전자에서 ES엔지니어링담당의 총괄책임자로서 건축물의 쾌적한 환경조성과 에너지절감을 위한 냉난방공조 솔루션을 국내외에 보급하는데 노력하고 있는 권민호 담당을 제냉전 현지에서 만나봤다.
■ 이번 제냉전 참관 계기는
이번 China Refrigeration Expo 2025(제냉전) 참관을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냉동공조시장의 흐름을 직접 체감하고 특히 고효율, 친환경, 디지털전환이라는 핵심 키워드 아래 세계 각국의 유수 기업들이 어떤 기술적 접근을 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글로벌 고객들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를 반영한 제품과 솔루션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LG전자가 경쟁력 있는 기술을 넘어 고객 중심의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장 흐름과 기술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중요하다.
■ 제냉전에서 글로벌 트렌드는
이번 제냉전에서 가장 강력하게 느껴진 글로벌 트렌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술 전환이다. 전 세계 HVAC&R기업들이 고효율·저탄소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친환경냉매 사용 확대와 히트펌프 기반 난방시스템 전환이 두드러졌다. 과거에는 제품의 냉방성능이나 가격경쟁력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제품이 에너지절감과 환경규제 대응에 얼마나 최적화돼 있는지가 핵심 평가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흐름은 스마트 HVAC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다. 각국 기업들은 IoT와 AI기술을 접목해 실시간 모니터링, 자동제어, 에너지사용 예측기능이 탑재된 시스템을 다수 전시했다. 이는 단순한 원격제어를 넘어 건물의 운용패턴을 학습하고 자율적으로 최적 운전조건을 설정하는 고도화된 솔루션이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 스마트시티, 제로에너지빌딩(ZEB), ESG경영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술적 토대가 될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이슈는 콜드체인 및 초저온물류에 대한 수요 확대다. 글로벌 식품유통과 바이오의약품 운송수요 증가에 대응해 -60℃ 이하 온도를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는 초저온시스템과 이동식 냉장컨테이너 등이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 분야에서도 고효율 제어 및 친환경냉매가 적극 도입되고 있었다.
■ 가장 주목했던 제품은
가장 주목했던 제품은 고온 산업용 히트펌프시스템이었다. 특히 80~100℃ 이상 고온수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면서도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제품들이 인상 깊었다. 이 기술은 기존 보일러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지속가능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공정용 열원이나 중대형 건물의 급탕 및 난방시스템 전환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히트펌프수요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각국의 탄소중립정책과 에너지절감 목표가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유럽, 일본, 중국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제품들이 단순히 열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효율 압축기기술, 정밀한 전자팽창밸브제어, 친환경냉매 적용을 통해 에너지성능지수(COP)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것이다. 일부 제품은 IoT 기반 모니터링시스템과 결합돼 실시간 운영데이터 분석과 예지정비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산업용 열원 전환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기업들에게도 참고가 될 만한 제품들이었다.
■ 국내 도입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국내시장 도입 가능성 측면에서 관심이 있었던 제품은 저GWP(지구온난화지수)냉매를 적용한 고효율 공조시스템과 중대형 빌딩용 스마트 HVAC 플랫폼이다. 먼저 냉매부문에서 R290, R32 등 친환경냉매를 적용한 시스템에어컨과 냉동기 제품들이 대거 출품됐는데 이는 국내에서도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기술이다. 특히 에너지효율등급 상향, 온실가스 감축 목표, 그리고 2027년부터 시행 예정인 국내 냉매 GWP기준 강화 정책과 맞물려 도입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주목한 것은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이 통합된 빌딩용 제어 솔루션이다. 원격제어를 통한 온도제어를 넘어 건물 내 각 존(zone)의 사용패턴을 학습하고 에너지소비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술은 국내의 제로에너지빌딩(ZEB), 스마트시티, ESG경영 확산 트랜드와 부합한다. 특히 전력피크관리, 수요반응(DR), 에너지모니터링까지 연동된 시스템은 대형 병원, 백화점, 공공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 적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갖춰가고 있었다.
이외에도 산업용 히트펌프, 고효율 환기시스템 등도 국내 기후조건과 건축환경을 고려했을 때 도입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 전시제품대비 국내 기술과 비교한다면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주요 제품과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HVAC&R기술은 핵심장비 성능, 시스템 통합력, 품질 안정성 면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시스템에어컨, 히트펌프, 열교환기 설계와 제어 알고리즘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오랜 R&D투자를 통해 선도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예를 들어 고효율 인버터기술이나 스마트 제어 알고리즘은 여전히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다.
다만 냉매 전환과 초고온 히트펌프기술, AI 기반 플랫폼의 개방성 측면에서는 몇몇 해외기업들의 기술이 일부 앞서 있는 부분도 있다. 유럽 및 일본기업들은 R290, CO₂냉매 기반의 시스템을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실제 규제대응까지 가능한 단계까지 제품 완성도도 높아 보였다.
또한 중국기업들은 IoT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빠르게 현장 적용하면서 건물 데이터 연계성이나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국내 기술은 핵심성능과 내구성, 정밀제어 측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만 친환경 트렌드 대응 속도와 개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그리고 현장형 스마트서비스 연계성에서는 좀 더 과감한 투자와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기술 흐름을 선도하려면 규제 대응만이 아니라 시장 주도형 기술 전략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전시 규모나 참가기업 수, 기술트렌드 측면에서 매우 인상 깊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요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 현지 언어인 중국어로만 제공되거나 영어 자료가 간략하게 구성돼 있어 해외 바이어나 기술 전문가 입장에서 세부사양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글로벌 전시회에서 흔히 제공되는 디지털 전시가이드나 통합 앱 등 디지털정보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기술검증사례나 실증데이터 제시가 부족했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스펙과 장비위주로 부스를 꾸렸지만 실제 적용사례나 운영성능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 예를 들어 에너지절감률, 운전 안정성, 유지관리 편의성 등 실질적인 자료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스마트 HVAC시스템이나 고효율 열원기술의 경우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실제 적용 후 결과와 ROI인데 이런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기술 신뢰도 확보에는 다소 한계가 있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공동 세미나나 기술포럼 등 상호 학습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며 각 기업이 자신들의 기술만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이 많았다. 글로벌기업간 기술교류의 장으로서 기능이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 LG전자의 주력제품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은
이번 제냉전에서 다양한 글로벌기업들의 신제품과 신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LG전자의 주력제품들은 여전히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 대표적으로 LG의 멀티 V(Variable Refrigerant Flow)시스템은 고효율 인버터 압축기, 정밀한 제어 알고리즘, 그리고 공간친화적 설계 측면에서 글로벌 제품과 비교해도 우수한 수준이다. 특히 인버터 압축기기술은 오랜 기간 축적된 R&D역량을 기반으로 저부하 조건에서도 높은 효율과 정숙성을 유지할 수 있어 실제 건물 운영환경에서의 성능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LG전자는 단순한 장비공급을 넘어 에너지관리 플랫폼(BECON 등)을 통해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큰 차별점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다양한 AI 기반 제어시스템이 소개됐지만 LG전자는 이를 이미 국내외 여러 대형 프로젝트에 적용해 본 경험이 있으며 사용자 맞춤형 알고리즘 구현과 클라우드 기반 원격제어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냉매전환과 관련해서도 LG전자는 글로벌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R32, R290 등 친환경냉매 채택 제품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LG전자의 제품은 지속가능성, 스마트제어, 현장 적용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특히 고객의 사용환경과 운영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최적화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 LG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내 냉동공조 및 콜드체인시장은 에너지 고효율화와 ESG경영 확대, 그리고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흐름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으로의 전환과 투자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친환경 고효율기술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다. R32, R290 등 저GWP냉매 기반 시스템, 고온 산업용 히트펌프, 고효율 인버터 압축기 등은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도 규제 강화에 따라 이 분야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스펙 대응을 넘어 실증된 에너지절감 효과와 안정적인 운영사례 중심의 기술설계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 콜드체인 솔루션의 통합 역량 강화다. 국내 식품, 의약품 물류뿐만 아니라 유통·리테일업계 전반에 걸쳐 정밀한 온·습도관리와 실시간 모니터링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LG전자가 보유한 IoT, AI, 클라우드기술을 바탕으로 냉장·냉동장비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운송과정, 판매현장까지 연결하는 콜드체인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B2B 고객 맞춤형 솔루션 및 서비스 강화다. 국내 기업고객들은 단순한 장비 성능보다 설치 편의성, 유지보수 효율, 에너지비용 절감에 대한 실질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장비 공급에 더해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 원격진단,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서비스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LG전자는 하드웨어 경쟁력 위에 친환경, 디지털, 서비스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냉동공조 및 콜드체인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전 세계 HVAC&R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체감했다. 이제 탄소중립, 에너지 고효율화, 친환경냉매 전환과 같은 흐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모든 기업이 대응해야 할 필수조건이 됐다. 기술경쟁은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지능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LG전자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경쟁력 있는 고효율 히트펌프시스템, 친환경냉매 기반 장비, 그리고 AI기술을 접목한 제어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비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의 운영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질적인 에너지절감과 비용 최적화까지 지원하는 통합 솔루션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고객이 직면한 다양한 과제에 대해 ‘기술’이 아닌 ‘솔루션’으로 접근하는 것이 LG전자의 차별점이며 앞으로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갈 전략이다. 끝으로 항상 LG전자의 기술과 비전을 응원해 주시는 고객과 업계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